한국인 관광객 4명이 희생된 예멘 자살폭탄 테러사건 배후가 국제 테러조직 알 카에다로 밝혀지면서 충격이 커지고 있다. 한국인도 해외 테러의 목표물이 될 수 있다는 점이 국민들을 경악케 했다. 정부는 여행위험경보제도 강화 등 대책을 마련 중이지만 확실한 방지책이 될지는 미지수다.
외교통상부 당국자는 17일 "예멘 정부 조사 결과, 이번 사건은 '계획적 자살폭탄 테러 행위'로 밝혀졌다"고 말했다. 외신들은 현지 관리의 발언을 인용, "알 카에다 예멘 지부 조직원인 1990년생 알리 모센 알 아마드가 테러범"이라며 "테러범이 폭발물을 터뜨리기 직전 (한국인) 관광객과 사진을 찍기도 했다"고 보도했다.
알 카에다는 사우디아라비아 출신 오사마 빈 라덴이 만든 테러조직으로 세계 각지의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 단체들이 연대해 수천명의 조직원이 활동하면서 악명을 떨쳤다. 특히 미국에서 9ㆍ11테러를 일으켰고, 이후에도 유럽과 중동 각지에서 테러를 자행해 왔다.
중동에서 발생한 테러사건은 주로 미국이나 유럽 등 서양인 대상이 많았다. 이슬람 사회와 직접적 이해관계가 없는 한국인을 겨냥한 사건은 드물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한국인 관광객이 19세 알 카에다 조직원의 목표물이 됐다는 점이 충격적이다.
정부 당국자는 "한국인을 특정한 공격이라기보다는 알 카에다와 예멘 정부 간 갈등을 해소하는 입장에서 외국인을 공격한 것 같다"고 밝혔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밀려난 알 카에다 세력이 예멘에서 활동하자 예멘 정부가 소탕 작전에 나섰고, 이에 맞서 알 카에다가 예멘 정부의 약점을 공략하기 위해 외국인 관광객 대상 테러를 자행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한국인이 애초부터 목표였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2004년부터 알 카에다 2인자인 알 자와히리가 이미 한국을 미국 영국 등에 이어 공격 목표로 제시한 바 있고, 예멘과 인접한 소말리아에 청해부대가 연합군 형식으로 파병된 것도 알 카에다를 자극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최진태 한국테러리즘연구소장은 "타이머나 압력해제식 폭발장치를 사용하지 않고 몸에 두른 자살폭탄을 사용했으며, 주변에 프랑스인이 있었음에도 한국인 곁에서 폭탄을 터뜨린 것은 한국인을 확실히 살상하기 위한 계획된 테러였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정부는 문태영 외교부 대변인 명의 성명에서 "이번 사건이 폭탄 테러범죄로 밝혀진 데 대해 분노와 경악을 금할 수 없으며 이를 엄중 규탄한다"고 밝혔다. 사건 수사를 위해서는 예멘 당국이나 미국 등과 협조하고, 국제 사회의 대테러 공조에도 적극 참여할 계획이다.
또 국민들에게 여행지 위험 정보를 더 확실히 알릴 수 있는 방법을 고민중이다. 하지만 "해외여행 1,000만명 시대에 정부가 일일이 행정적 물리적 제한을 할 수 없기 때문에 그런(여행 위험) 정보에 대해서 국민들이 조금 더 민감하게 받아들여 주기를 바란다"(16일 유명환 외교부 장관)는 말밖에 할 수 없는 게 정부 현실이다.
정상원 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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