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현철 전 대법관님.
대형 로펌(법률회사)으로 옮기신다는 소식은 진작에 들었습니다. 어제는 조간신문에 난 변호사 영입광고도 봤습니다. 우선 6년 동안 짊어졌던 과중한 업무에서 벗어나 변호사로 새 출발하시게 됐다니 축하 드립니다.
하지만 아쉬운 마음 또한 금할 수 없습니다. 문득 지난 달 참여연대가 퇴임을 앞두고 있던 대법관님께 쓴 편지가 떠오릅니다. “퇴임한 지 1년, 아니 반년 만이라도 대법관님께서 마지막으로 근무하신 대법원의 사건을 수임하는 것만은 자제해주십시오”라는 내용의 편지였지요.
대법관 출신 변호사에 대한 전관예우가 사법부의 신뢰를 갉아먹고 있다는 것은 대법관님도 충분히 알고 계시리라 믿습니다. 퇴임 대법관 수임 사건의 10건 중 9건이 대법원 상고 사건이고, 대법원이 퇴임 대법관 사건을 더 자세히 들여다보기 때문에 심리를 하지 않고 기각하는 비율이 평균보다 훨씬 낮다는 통계도 있지요.
손 꼽아보니 퇴임하신 지 딱 한 달 만에 변호사 개업을 하셨더군요. 퇴임 직후 “당분간 변호사 개업 계획이 없다고 하시더라”는 대법원 관계자의 말을 들었던 터라, 솔직히 실망감을 감출 수가 없습니다.
퇴임 대법관이 변호사 외에 할 일이 마땅치 않다고 하실지 모릅니다. 그 말에 선뜻 동의하기 어렵지만, 그렇더라도 지금까지 대법관 출신으로서 그에 걸맞은 사회적 책임을 일깨워준 분이 드물다는 사실이 더 뼈아픕니다.
하지만 아직 기대를 버리지 않았습니다. 이왕 변호사로 일하시더라도 평생을 바친 법원과 후배 법관들에게 부담이 되지 않도록 상고심 사건만은 피해 주시면 어떨까요. 부디 후배 법관들의 존경을 잃지 않는 멋진 법조인으로 남으시길 바랍니다.
이진희 사회부 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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