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내로라 하는 자동차강국들은 저마다 간판 모터쇼를 갖고 있다. 독일엔 프랑크푸르트 모터쇼, 미국엔 디트로이트 모터쇼, 일본은 도쿄 모터쇼. 국제사회에서 제대로 된 모터쇼는 자동차 강국을 판단하는 하나의 기준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모터쇼가 열린다. 서울모터쇼다. 하지만 초라하기 짝이 없다. 이미 세계 5대 완성차 생산국이란 명성이 오히려 부끄러울 정도다. 올해의 경우 상당수 수입차 브랜드들이 모터쇼 불참을 선언함으로써 참가 업체가 국산 완성차 메이커 5개사와 수입차 브랜드 9개사 등으로 대폭 줄어 '반쪽' 자리 행사에 그칠 위기에 놓여있다.
명실상부한 자동차 강국이 되려면 자동차 산업만 키울 것이 아니라, 모터쇼도 육성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모터쇼는 자동차 산업의 척도
이 달 3일 개막한 스위스 제네바모터쇼. 스위스는 자동차 생산국이 아니지만, 모터쇼를 통해 큰 재미를 보고 있다. 포드와 크라이슬러, GM등 미국의 빅3는 물론 닛산 볼보 페라리 포르쉐 등 간판 메이커들이 빠짐없이 참가, 흥행면에선 지난 1월의 디트로이트 모터쇼를 압도했다는 평가다.
모터쇼는 그 자체로 막대한 부가가치를 창출한다. 모터쇼에는 완성차 메이커의 VIP급 인사는 물론 수많은 부품회사, IT 관계자들이 몰린다. 세계언론의 주목을 받게 되고, 수십만의 관광객 유치를 통해 연관산업이 호황을 누리게 된다. 스위스는 제네바모터쇼를 통해 우리 돈으로 5조원 이상의 직간접적 경제효과를 얻은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업계에선 ▦파리 모터쇼 ▦프랑크프루트 모터쇼 ▦제네바 모터쇼 ▦디트로이트 모터쇼 ▦도쿄 모터쇼를 세계 5대 모터쇼로 꼽는다. 이들 나라는 정부와 업계가 함께 모터쇼 개최에 온 힘을 쏟는다.
그러다 보니 세계 각국이 모터쇼 유치에 총력전을 펴고 있다. 상하이모터쇼와 베이징모터쇼 등 2개의 모터쇼를 개최하는 중국이 대표적인 경우. 중국은 두 행사를 '아시아의 간판 모터쇼'로 키운다는 야심찬 계획 아래, 세계 유수의 완성차 메이커 유치에 나서고 있다.
일부에선 중국이 이미 서울모터쇼를 앞지르고 있다고 평가한다. 실제로 4월 중순에 개막하는 상하이모터쇼엔 이번 서울모터쇼에 불참하는 BMW는 물론 경영위기에 봉착한 GM, 크라이슬러 등 미국차들도 앞 다퉈 달려갈 예정이다. 자동차 산업 경쟁력 면에서 중국보다 10년 이상 앞서는 우리로서는 적잖은 상처인 셈이다.
한국형 모터쇼 개발만이 살길
올해로 7회째를 맞는 서울모터쇼는 4월2일 개막예정. 그러나 조직위원회는 지금 걱정이 태산이다. 격년으로 열리는 서울모터쇼는 2007년 182개 업체가 참여하면서 사상 최대규모를 기록했지만 올해는 참가 업체가 154개로 감소했다. 전시장을 채울 쇼카도 부족할 지경이다.
BMW, GM, 크라이슬러, 닛산 등 상당수 수입차 업체의 불참이 이미 확정됐다. 마니아들에겐 큰 볼거리인 페라리, 포르쉐, 롤스로이스, 벤틀리, 람보르기니 등의 슈퍼카들도 올해는 볼 수 없을 전망이다. 더구나 수입차 중에서 세계 최초로 공개하는 모델은 단 1대도 없다.
도대체 뭐가 문제일까. 한 업계 관계자는 "서울모터쇼가 그 동안 미녀 레이싱 모델이나 자동차 경품 등을 앞세워 관람객수 늘리는 것에만 급급했을 뿐 수입차 브랜드 CEO의 내한이나 컨셉트카 세계 최초 공개 같은 세계적인 모터쇼로서의 필수 요건은 충족시키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툭하면 불거지는 조직위와 업체간 갈등도 문제다. 실제 BMW코리아의 경우 지난해 말 서울모터쇼 불참을 결정한 후 국내 자동차업계와 조직위로부터 비난을 받았으며 최근 가진 서울모터쇼 기자간담회에서 조직위 관계자가 공개적으로 BMW측을 비난하기도 했다. 아우디코리아 등 다른 참가 업체들도 부스 위치, 크기 등 행사 지원을 놓고 조직위측과 갈등을 빚는 등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김필수 대림대학 자동차학과 교수는 "경제적인 측면에서 많은 해외 바이어들을 유치해 관련 산업 유발 효과를 유발시켜야 한다"며 "다양한 행사와 문화적인 장치들도 마련하는 등 볼거리가 다양해져야만 외국 관람객들을 유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인호 기자 yi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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