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률 전 국세청장이 그림 상납의혹으로 물러난 지 19일이면 꼭 두 달이 되지만 그 자리는 여태껏 빈 자리로 남아 있다. 나라살림의 근간인 국세행정의 사령탑이 두 달이나 공석이라는 얘기다. 그런데도 정부는 마땅한 인물이 없다거나 직무 대행인 허병익 차장이 빈틈없이 일을 잘하고 있다고 태평한 소리만 늘어놓는다. 정부조직의 ABC도 모르는 것은 물론, 국세청 공무원들의 사기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변명이다. 국세청을 무력화하려는 의도가 아니라면 분초를 다퉈 인선을 서둘러야 한다.
국세청장 공석상태가 장기화하면서 시중엔 온갖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적합한 사람이 없는 것이 아니라 정권의 입맛에 맞는 '성골(聖骨)'을 못 찾는다는 얘기에서부터 국가정보원 검찰 경찰 등 이른바 4대 권력기관 수장의 인사포석을 어떻게 짤지를 놓고 아직도 토론 중이라는 말까지 다양하다. 그러나 결론은 한 가지다. 지연 학연 안배 등 모양도 갖추면서 정권의 울타리를 튼튼하게 지켜줄 정치적 인물이 나올 때까지 대행체제를 유지하겠다는 정략적 잣대만 눈에 띈다는 것이다.
수장이 없는 사이에 국세청은 세 번의 대대적 인사를 통해 조직이 전면적으로 바뀌었다. 쇄신 차원의 물갈이라고 강조하지만 청장 인선구도가 뒤틀어질 때를 대비한 사전 포석이라는 관측도 많다. 특히 특정 지역과 학교 출신이 부각된 인사라는 내부 반발이 일자 허병익 직무대행은 직원게시판에 "인사에 다소 서운한 점이 있더라도 넓은 마음으로 이해해 달라"고 편지를 띄우는 촌극을 연출했다.
속사정이 어떻든 국세청장 장기 공석은 정부의 인사 난맥상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며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으로서 국제사회에 부끄러운 일이다. 청문회를 벼르는 야당조차 "내 사람 찾기를 중단하고 조속히 청장을 임명해 정상적으로 국세행정이 돌아가게 해야 한다"고 촉구할 정도다. 수장이 없다고 조직이 안 돌아가느냐고 반문한다면 장ㆍ차관도 예외가 아니다. "출범 두 달째인 미국 오바마 정부에도 공석인 자리가 많다"는 변명도 들리는데, 그것은 자리의 성격이 다른 것을 모르고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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