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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첫 추리소설가 김내성을 아십니까/ 탄생 100주년 맞아 재조명 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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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첫 추리소설가 김내성을 아십니까/ 탄생 100주년 맞아 재조명 활발

입력
2009.03.18 2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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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0년대 경성. 한강 남쪽 명수대의 한 저택에서 가장무도회가 열린다. 주은몽의 약혼자인 백만장자 조각가 백영호를 비롯해 실업가, 변호사, 미술가, 연극인 등 초대된 이들은 당시 경성의 '모던보이'들. 무도회가 끝난 뒤 이들은 정체불명의 승려 해월에 의해 참혹하게 살해당하고, 조선을 대표하는 사립탐정 유불란은 해월의 뒤를 쫓아 지금의 할리우드 영화를 방불케하는 도심 추격전을 벌인다.

김내성(1909~1957)이 1939년 신문연재로 발표한 <마인(魔人)> 은 한국 추리소설의 효시로 꼽히는 작품이다. 단행본으로 출간된 뒤 낙양의 지가를 올리며, 해방 때까지 18쇄를 찍을 정도로 인기를 얻었다.

김내성이 누구인가? 대중작가라는 이유로 한국문학사에서 방외인과 같은 존재로 취급됐지만, 한국의 추리소설은 그가 일궈놓은 커다란 밭에서 자라는 식물과 같다고 해도 지나친 표현이 아니다. 평안남도 출신으로 일본 와세다대에서 법학을 전공한 그는 해방 후에도 <진주탑> <청춘극장> 등의 대중소설을 발표하며 필명을 날렸다.

올해로 탄생 100주년이 되는 김내성의 삶과 작품세계를 재조명하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장르문학 전문지인 계간 '판타스틱' 은 봄호에 '김내성 100주년 특집'을 마련했다.

일본유학 시절인 1935년 발표한 추리소설 '탐정소설가의 살인', '타원형의 거울'을 비롯해 아서 코난 도일의 단편소설을 각색한 라디오 극본 '히틀러의 비밀'(1947), 대중소설 '연문기담'(1955) 등 그의 작품세계의 변모를 조망할 수 있는 작품 4편을 실었다.

김내성의 셋째 아들인 김세헌(59) 카이스트(KAIST) 산업시스템 공학부 교수의 회고담 '그리운 아버지'도 눈길을 끈다. 전봉관 카이스트 인문사회과학부 교수는 이 잡지에 게재한 글 '마인 속 경성과 경성 문학'에서 <마인> 의 배경이 됐던 1930년대 경성의 풍경을 분석했다.

여러 차례 영화화되기도 했던 <마인> 은 1980년대까지 10여개 출판사에서 출간됐으나 이후 자취를 감췄다. 계간 '판타스틱'을 발행하는 페이퍼하우스는 4월 중 <마인> 을 1930년대 발표 당시 형태로 복원해 출간할 예정이다.

앞서 현대문학사는 1월 출간한 '한국문학의 재발견- 작고문인선집'(전4권)에서 김내성의 <진주탑> 을 펴내기도 했다. 계간 '미스터리'도 김내성의 작품세계를 조명하는 기획을 준비중이다.

이왕구 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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