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입주 업체들은 개성공단에 '올인' 한 상태입니다. 폐쇄되기 전까지는 공장을 돌릴 것입니다."
개성공단 육로통행이 재개된 17일 서둘러 북한 개성공단으로 들어가는 기업 대표들의 표정은 어두웠다. 이날 오전 11시 문창섭 개성공단기업협의회장을 비롯한 남측 546명은 남북출입국사무소(CIQ)와 군사분계선을 넘어 개성으로 들어갔다. 13일 2차 통행 차단에 들어간 지 5일 만이다.
개성공단에서 공장을 운영하는 남측 기업인들의 가장 큰 걱정은 당장의 통행제한보다는 불확실성에 따른 바이어 이탈 문제. 공단 가동 후 처음 육로통행이 차단되면서 이곳에서 안정적으로 제품을 공급을 받던 해외 바이어들이 불안을 느껴 하나 둘씩 떠나고 있기 때문이다.
의류 생산업체 ㈜나인의 이희건 사장은 "외국 바이어들이 북측의 미사일 발사 위협에 이어 육로통행 차단 조치까지 나오자 내달분 이후의 주문을 미루고 있다"며 "생명줄과 같은 생산 주문이 없으면 통행이 재개돼도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이 사장은 일부 언론의 과장된 보도에 대해서도 불만을 표시했다. 현재 개성공단 잔류 직원들은 공장 운영을 위해 자발적으로 남아 있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를 '강제 억류'로 확대 해석한다는 것이다. 그는 "그저께(일요일) 남측으로 돌아오는 길이 열렸음에도 상당수가 체류하고 있는 것만 봐도 '강제 억류' 상황은 결코 아니다"라며 "현 상황을 부정적으로만 보면 결국 입주업체들만 손해를 본다"고 하소연했다.
안타까운 것은 현재 공장을 가동 중인 대다수 업체들이 다시 통행이 차단되더라도 공장 문을 닫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한 입주업체 대표는 "개성공단 업주들은 중국에서 공장 운영이 힘들어 마지막 승부수를 걸고 온 사람들"이라며 "어차피 개성공단이 아니면 공장을 가동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 북측의 육로 차단이 재발해도 철수하지 않고 버티는 데까지 버틸 것"이라고 전했다.
문창섭 협의회 회장은 "국내ㆍ외 경제 상황이 좋지 않은 상태에서 육로 통행까지 불안해지면서 입주업체들이 위기 상황에 처해 있다"며 "남북 당국자 간 대화 통로가 조속히 열려 통행 차단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은 "개성공단은 철저히 정경 분리의 원칙에 따라 운영돼야 한다"고 말했다.
송영웅 기자 herosong@hk.c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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