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중 국가유공자가 될 수 없는 경우는? ①35년을 장기근무하고 전역한 군인 ②사무실 집기를 옮기다 허리를 삐끗해 척추질환이 생긴 일반직 공무원 ③술을 겸한 회식을 마치고 택시로 집 앞에서 내려 길을 걷다가 넘어져 골절상을 입은 일반직 공무원 ④군 복무 중 탈모증이 생긴 예비역.
정답은 '없다'이다. 현행 보훈체계에 따르면 네 경우 모두 국가유공자로 인정받을 수 있다. 이렇듯 일반 국민들의 상식과 어긋나는 국가유공자 지정 사례가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보훈처 오진영 보상정책과과장이 17일 '보훈대상 및 보상체계 개편방안' 공청회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순국선열, 애국지사 등 모두 29개 유형의 보훈대상을 유지하고 있다.
군인이나 군무원이 33년 이상 장기근속하고 전역하는 경우 받을 수 있는 보국훈장 수훈자도 그 중 하나다. 이 훈장을 받으면 자동적으로 국가유공자 등록이 된다. 지난해까지 최근 6년 간 총 8,602명이 보국훈장을 받아 국가유공자가 됐다.
단순사고나 질병으로 국가유공자 호칭이 부여되기도 한다. 최근 3년간 국가보훈처에서 신체적 희생을 입은 사람에 대한 심사를 통해 인정한 국가유공자는 모두 3만8,498명. 이 가운데 질병이 1만914명으로 28.3%, 체육활동 부상이 4,316명으로 11.2%를 차지했다.
영내 생활 중 부상 895명(2.3%), 출퇴근 중 부상 638명(1.7%) 등에도 모두 국가유공자 인정이 되고 있어 이 호칭의 적절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현재 직무상 재해를 당한 일반직 공무원에 대해서도 국가유공자로 지정, 보상과 예우를 하고 있다. 이들은 공무원연금법에 의한 재해보상 급여 외에 보훈대상(순직공무원 또는 공상공무원)으로서 국가유공자예우법에 의한 특별 지원도 같이 받는다.
오 과장은 "재해에 대해 국가가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된다는 말은 아니지만, 국가를 위해 실질적으로 어떠한 공헌을 했는지에 대한 평가 없이 국가유공자로 인정해야 할 것인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보훈처는 이날 공청회에서 논의된 내용을 바탕으로 국가유공자와 구분되는 '지원대상자'(가칭)를 신설, 국가유공자의 가치를 재정립하는 방향으로 보훈제도를 전면 개편할 계획이다.
진성훈 기자 blue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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