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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북, 미 식량 안 받고 주민 먹여 살릴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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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북, 미 식량 안 받고 주민 먹여 살릴 수 있나

입력
2009.03.18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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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당국이 미국의 추가적 식량지원을 거부하고 나섰다고 한다. 식량분배 업무를 수행해온 세계식량계획(WFP)과 비정부구호단체(NGO) 요원들에게도 이 달 내로 북한을 떠나라고 요구했다. 사실상 추방조치다. 나름의 이유가 있겠지만 주민들의 굶주림을 해결할 아무런 대책도 없이 외부 지원을 뿌리치는 것은 무책임하기 짝이 없는 처사다.

지원 식량의 분배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를 둘러싼 갈등이 가장 큰 요인이라고 한다. 미국측은 지원식량이 군대 등 엉뚱한 곳에 흘러 들어가지 않도록 감시하기 위해 한국어를 구사하는 모니터요원을 3명에서 12명으로 늘릴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북한측이 북한 내부 사정을 정탐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며 거부하는 바람에 식량 분배가 중단된 상태였다. 키 졸브 한미합동군사훈련과 북한이 인공위성이라고 주장하는 광명성 2호 발사 예고 등으로 고조된 북미간 긴장도 북측의 결정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하지만 심각한 식량난 상황을 감안할 때 북한 당국은 이런저런 이유로 배짱을 부릴 계제가 아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와 WFP가 지난해 말 발표한 북한의 곡물 수확량 현황에 따르면 북한주민의 약 40%인 870만 명이 긴급히 식량지원을 필요로 하고 있다.

영양결핍으로 인해 어린이와 성장기 청소년들의 발육 부진이 심각한 상태라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대북 식량지원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던 남한의 식량 및 비료지원은 지난해부터 중단됐고, 이른 시일 내 재개될 가능성이 희박하다. 미국 등 국제사회의 지원마저 끊기면 1990년대 중반과 같은 대량 기아사태가 벌어지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아무리 많은 주민이 굶어 죽어도 괜찮다는 생각이 아니라면 북한 당국은 식량난을 해결하기 위해 국제사회와 긴밀히 협력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식량분배 모니터링 강화는 불가피하다. 대북 지원 피로증이 깊어지고 있는 국제사회로부터 더 많은 지원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도 필요한 조치다. 갈등의 뿌리가 불신에 있는 만큼 대북 지원 국제기구 및 NGO들과 북한 당국 간의 신뢰 구축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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