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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멘 관광객 17일 귀국/ "참혹한 현장 아직도 생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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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멘 관광객 17일 귀국/ "참혹한 현장 아직도 생생"

입력
2009.03.18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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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멘 자살폭탄 테러에서 생존한 관광객들이 17일 오후 4시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부상자인 홍선희(54), 박정선(40)씨를 비롯한 12명으로, 박씨를 제외하면 모두 50, 60대였고 이중 10명이 여성이었다. 이들은 동행자 4명을 희생시킨 사고의 충격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한 듯 긴장된 표정이었다.

두 부상자는 비행기에서 내린 직후 계류장에 대기 중이던 구급차를 타고 병원으로 후송됐다. 흰색 병원복 위에 검은색 점퍼를 걸친 박정선씨는 휘청대며 밖으로 걸어나왔다가 취재진에 둘러싸이자 공항 관계자에게 휠체어를 청해 구급차로 이동했다.

역시 병원복 차림으로 휠체어를 타고 비행기에서 내린 홍선희씨는 검은 가방을 끌어안은 채 구급차에 올랐다. 파란색 마스크를 착용한 홍씨의 왼쪽 광대뼈 부근엔 화상이나 찰과상으로 보이는 직경 10㎝가량의 상처 자국이 남아 있었다.

두 사람 모두 사고 당시 상황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하지만 박씨는 한 친척과의 통화에서 "계단을 내려오던 중 뒤에서 큰 폭발음이 들려 황급히 몸을 숙여 밑으로 내려왔다. 돌아간 자리엔 형체를 알 수 없을 만큼 참혹한 시신들이 있었다"고 전했다.

다른 관광객들도 세간의 관심이 부담스러운 듯 얼굴을 가린 채 빠른 걸음으로 공항을 빠져나갔다. 사고 당시 호텔에 남아있어 화를 면한 이들만 기자들의 질문에 답을 했다.

김모(여)씨는 "여행 중 위험을 느끼지 못해 처음 사고 소식을 들었을 땐 믿지 못했다. 호텔로 돌아온 이들 중 한 명의 옷에 피가 흥건한 것을 보고서야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현지인 2명과 얘기를 나눈 직후 폭탄이 터져 사람들이 죽고 다쳤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이름을 밝히지 않는 남성은 "사망한 박봉간씨와 룸메이트였는데 그 분은 돌아오지 못했다. 부상자들은 모두 폭발 당시 화염에 데거나 바위 파편에 맞아 화상이나 찰과상을 입었다"고 설명했다.

공항에 마중나온 이들은 가족의 무탈에 가슴을 쓸어내렸다. 권오경(53)씨의 모친(80)은 "어제 아침 딸이 전화하더니 '사고 났는데 난 괜찮아'라고 했다. 뉴스를 보니 딸이 옷에 피가 튈 만큼 사고 현장 가까이에 있었다더라"며 "딸이 살아있는 것을 직접 확인하고 싶어 나왔다"고 말했다.

아내 신혜운(55)씨와 함께 사망한 주용철(59)씨의 형제들은 두 사람의 영정을 들고 입국자들을 맞았다. 동생 용수(56)씨는 "다른 유족들은 현지에 갔는데 우리는 못갔다"며 "동행자들에게 현장 얘기를 듣고, 혹시 형님과 형수님의 유품이라도 받을 수 있을까 해서 공항에 나왔다"고 말했다.

이훈성 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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