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는 16일 오후 보도참고자료를 내놓았다. 공공근로의 급여 일부를 소비쿠폰으로 나눠주는 것이 ‘임금은 전액 통화(현금)로 지급해야 한다’는 근로기준법에 위배된다는 본보 보도(3월16일자 2면)에 대한 답이다. 하지만 내놓은 그 내용은 기대와 영 달랐다.
우선 공공근로 사업은 사회적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복지정책사업으로 임금을 통화로 전액 지급해야 하는 대상(근로기준법 상 근로자)은 아닌 것으로 판단한다는 정부의 설명이 그렇다. 말하자면 “일자리가 없는 사람들에게 시혜적 복지를 베푸는데 무슨 근로기준법을 운운하느냐. 현금이든 쿠폰이든 주는 대로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굳이 변호사 등 전문가들의 반론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정부의 인식 자체가 매우 위험해 보인다. 뒤집어 말하자면, 앞으로 공공근로 참여자들은 근로자가 아니라 복지 수혜자일 뿐이라는 얘기다. 과연 이들이 근무를 게을리한다고 문제를 삼을 수 있을지, “단순 취로사업은 지양하겠다”는 정부의 공언을 믿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런 판단에도 확신은 없었는지, 정부는 필요한 경우 현물로 급여 일부를 지급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명확히 규정하겠다고 했다. 고용정책기본법 시행령에 관련 근거를 새로 만들겠다는 것인데, 굳이 정부가 근로기준법의 기본 취지를 무시하면서까지 무리하게 쿠폰을 나눠줘야 하는지 의문이 들긴 마찬가지다.
물론 소비쿠폰이나 전자 바우처가 소비 진작 효과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 해도 정당한 근로의 대가로서는 부적절하다. 굳이 필요하다면 근로 무능력자에게 지급하는 월 평균 20만원의 생계비 지원에 활용하면 될 일이다.
“임금을 쿠폰으로 주려거든 공무원 임금이나 쿠폰으로 줘라” “정당하게 일하고 받은 쿠폰을 제한된 시장에서 사용할 때의 비참한 심정을 생각이나 해봤나” 등의 밑바닥 여론이 나오는 것이 현실이다. 좋은 뜻을 담은 정책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폭넓고 깊은 배려 역시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
경제부 이영태 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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