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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웰컴 투 '망신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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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웰컴 투 '망신클럽'

입력
2009.03.16 2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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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일하는 걸 보면 든든하기보다는 불안이 앞선다. 무슨 일이 터지면 국민은 누구보다 정부의 표정을 살피기 마련이다. 그런데 정부 당국자란 사람들은 왠지 자신이 없고 황급하게 허둥대는 모습을 보이기 일쑤다. 북한이 전쟁 운운하며 협박을 하다 장거리 미사일 실험으로 의심되는'위성 발사'를 예고하고 개성공단 통행을 차단하는 고약한 불측을 떨어도 속수무책, 성명을 내고 그저 사태를 예의 주시하는 게 고작이다.

부정과 비리 판치는 사회

촛불의 교훈은 간데 없고, 용산 참사는 말 그대로'3초의 기억'이다. 빈곤층은 늘며 더욱 가난해지고 중산층은 불황의 지진에 속절없이 붕괴중이다. 환율이 치솟고 주식시장이 요동치고 기업들이 부도위기에 몰려 아우성인데도 효능감 높은 대책은 나오지 않는다. 기다리다 지친다. 정부 대책들이 효험을 보려면 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국민들은 점점 참을성을 잃어 간다. 국회도 할 일이 태산인데도 당당하게 휴회중이다. 위기극복의 선도역은 기대하지 않더라도 적극 돕기라도 해야 할 판인데 자기들끼리 싸우느라 정신이 없다. 의회폭력 시리즈 이후 반성도 했다지만 국민들은 기가 막히다.

점입가경은 신영철 대법관의 '재판 개입'의혹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사법부다. 삼권분립이라고 하는데, 그 삼권을 맡은 정부 3부 요인이 속속 '망신클럽'에 가입한 꼴이다. 사실 한국의 망신클럽은 늘 북적거린다. 정치인과 재벌 총수들은 단골 멤버이고 문화ㆍ 종교계 저명인사도 심심찮게 눈에 띤다. 개중에는 자신이 왜 가입하게 됐는지도 잘 모르는, 그래서 부끄러움조차 느끼지 못하는 대학교수들도 있다. 한국의 망신클럽은 저변이 꽤 넓다. 성희롱과 조직적 은폐로 지탄을 받은 노조 간부들과 성 상납 추문에 연루된 연예기획사 대표와 PD, 매니저들도 이미 자리를 예약해 놓았다.

대한민국 망신클럽이 회원을 늘리며 승승장구하는 까닭은 뭘까. 우리 사회가 그만큼 부정부패와 비리에 오염되어 있는 것이다. 이래서야 선진국의 꿈은 요원하다. 그나마 다행으로 여길 것은 망신클럽 회원의 지속적 증가는 경위야 어떻든 사회의 자정(自淨) 기능이 작동한 결과라는 점이다. 과거 같으면 은폐되거나 불문(不問)에 붙이고 넘어갔을 법한 비리들이 속속 드러나고, 수사와 처벌을 맡은 형사사법 기구들이 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불현듯 클럽 멤버들이 동시에 시선을 돌리는 곳이 있다. 바로 국민이다. 이들은 "국민이 우리를 부양해 왔으니 원죄는 국민에게 돌려야 하지 않는가, 왜 우리만 나무라는가"하고 항변하는 것 같다. 인정한다. 결국 국민의 책임이란 걸. 모면할 길이 없으니 인정한다. 국민이 직접 뽑아 일하도록 시켰으니 왜 아니겠는가. 과거시험같이 어렵고 어려운 국가고시에 합격해 국민을 위해 봉사하겠다고 선서한 관료들이고 법관들이지만 그들 역시 국민이 시킨 것이니 왜 아니겠는가.

국민의 대리인이 잘못하면 결국은 주인 탓을 할 수밖에 없다. 그러니 다가오는 보궐 선거든 대선, 총선이든 가리지 않고 정말 국민의 대리인, 국민 대표를 잘 뽑아야 한다. 뽑을 사람이 마땅치 않으면 미리 뽑을 사람을 키워줘야 한다. 정치를 잘하라고 정치인을 뽑지만, 정치를 가장 잘못하는 사람이 바로 정치인들이다. 행정관료나 법관들이 제대로 멸사봉공하도록 제도를 만들고 감시할 수 있는 정치인들부터 올바로 뽑아야 한다.

기다려지는 희망찬 봄날

봄이다. 봄 내음이 곳곳에서 피어 오른다. 어김없이 찾아오는 계절이지만 마음은 편치 않다. 지금 우리가 지나는 이 터널에 끝이 있을까. 터널 끝에 밝은 빛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까. 곳곳에 어려운 일 투성이고, 사방을 둘러봐도 짜증나는 일만 있다. 나라 형편이 말이 아니다. 온 나라에 수심이 깊다. 이번 봄은 희망과 함께 오지 않았는지 기척도 없다. 그래도 봄날은 가고 우리는 기다린다. 희망이 뒤미처 따라 오기를.

홍준형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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