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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성란의 길 위의 이야기] 유료 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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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성란의 길 위의 이야기] 유료 체험

입력
2009.03.16 2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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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겨울 환경재단과 일본의 피스보트가 함께하는 '피스 앤 그린보트'를 탔다. 기항지인 이시가키 섬에서는 '사탕수수 수확 체험'을 했다. 먼저 섬 해안으로 떠밀려온 쓰레기를 주웠다. 습기를 잔뜩 머금은 대기는 무거웠다. 사람들은 기름칠이 덜 된 로보캅처럼 끼억끼억 움직였다. 두 나라의 조류가 합쳐지는 듯, 양국의 쓰레기들이 잔뜩 널려 있었다. 술병과 과자 봉지에서 우리글을 만날 때마다 사람들이 소리를 질렀다. 일행의 반은 일본인이었다.

쓰레기 줍는 일을 그렇게 즐거워하다니, 라는 표정으로 우리를 바라보았다. 두어 시간 우리가 주운 쓰레기만 트럭으로 한 차가 넘었다. 전통적인 방법으로 사탕수수를 수확하느라 낫질도 했다. 수수단을 묶어 실어나른 뒤에 돌방아를 돌려 즙을 냈다. 설탕이 졸아지는 동안 우리는 소박한 시골 밥상을 받았다. 노래도 합창했다.

일이 고되었던지 돌아가는 버스 안에서 사람들이 반은 졸았다. 옆의 젊은이가 하품을 했다. "아, 일 한 번 열심히 했네요. 돈 안 받아도 좋은데요." 돌아가면 열심히 공부도 하고 시급 아르바이트도 할 거라며 웃었는데 잠시 뒤에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그제야 이 체험에 지불한 적지않은 비용이 떠오른 모양이었다. 이젠 노동도 체험이고 체험료를 지불해야 하는 것이다. 우리가 승선할 후지마루 호가 보이기 시작했다.

소설가 하성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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