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태 한나라당 대표가 4ㆍ29재보선 불출마를 결정한 이유는 여권 전체에 대한 부담을 우려해서다. 자신의 출마로 자칫 선거구도가 흔들리고 재보선이 엉뚱한 방향으로 흐를까 염려한 것이다.
박 대표가 출마하면 재보선은 이명박 정부 중간평가 양상으로 흐를 가능성이 컸다. 민주당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 등 여야의 원외 거물들의 잇단 등장은 이런 상황을 예고했다. 이 경우 만약 박 대표 등 한나라당이 패배하면 여권 전체에 큰 부담이 될 수 있었고 박 대표를 비롯한 여권핵심부는 이를 걱정한 것이다.
박 대표가 16일 불출마 기자간담회에서 "경제살리기에 심혈을 바쳐야 할 때인데 정치판에 모든 것을 빼앗겨서 되겠느냐" "재보선의 정쟁화는 막아야 한다"는 등의 언급을 한 것은 이런 맥락이다. 그의 한 측근은 "야당이 원하는 대로 재보선 판을 키울 필요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청와대의 분위기도 감안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표 측은 "청와대와 상의는 하지 않았다"면서도 "오전에 박 대표가 결심을 청와대에 통보했고, 이 대통령은 '출마든, 불출마든 박 대표의 뜻을 존중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애초 청와대 측 기류는 "만약 여당 대표가 낙선하면 부담이 너무 크다"는 이유로 출마에 부정적이었다. 박 대표가 청와대의 의견을 배제하면서까지 승산이 확실하지도 않은 모험을 선택하기엔 힘들었던 셈이다.
박 대표 개인적 입장에서 보면 4월보다 10월이 낫다는 판단을 했다고 볼 수 있다. 당선 가능성이 불출마의 주요 배경이라는 것이다. 출마 지역으로 거론된 울산 북구나 인천 부평 을 등이 모두 당선을 확신할 수 있는 곳은 아니었다. 그럴 바에야 6개월을 더 기다려 경남 양산 등 좀 더 확실한 지역을 통해 원내 입성하자는 것이다. 이번 불출마로 10월 재보선에서는 명분도 더 얻을 수 있게 됐다.
한편으론 의도와 상관없이 박 대표의 불출마 결정으로 인해 이미 출마를 선택한 정 전 장관의 모양새가 좋아보이지 않게 됐다는 분석도 있다.
_최종 결심은 언제 했나.
"경북 예천군 삼강주막에서 막걸리 마시면서 했다."
_재보선 패배도 거론되는데.
"재보선은 재보선일 뿐이다."
_오전에는 '밤은 찌르지 않아도 때가 되면 벌어진다'고 했는데 반나절도 지나지 않아 생각이 바뀐 것인가.
"결심한 것은 벌써 사흘 전이고, 때라는 것은 발표 시점을 말했다."
_청와대 등 주변과는 상의했나.
"안 했다. 내 개인에 관한 결정이기 때문에 독단으로 했다."
_10월 재보선은 출마하나.
"가을에 무슨 좋은 일이 있느냐. 10월에 재보선이 있을지, 없을지는 하늘만이 안다. 지금부터 이야기하기는 좀 빠르지 않나."
정녹용 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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