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출범과 함께 교육과학기술부가 출범한지 어느덧 1년이 지났다. 과학기술 행정체계 개편의 일환으로 볼 수 있겠지만, 사실상 과학기술부가 기존의 교육인적자원부에 통폐합되어 없어지는 것 아닌가 하는 과학기술계의 우려가 일찍부터 제기된 바 있다.
역시 예상했던 대로 이런 우려가 갈수록 현실화하고 있다. 온 국민의 최우선 관심사인 교육 문제와 관련된 현안에 파묻히다 보니, 과학기술 부문은 늘 뒷전으로 밀리는 모양새이다. 공대 학장을 지낸 이공계 출신의 초대 교육과학기술부 장관부터 교육문제에 관한 논란의 와중에서 불과 반년도 안돼 쫓겨나듯 중도 하차했다.
정부조직 규모나 관련 행정체계는 정부의 철학과 정책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일률적으로 평가하기는 힘들 수도 있다. 그러나 처음부터 구조조정 대상에 올랐던 여러 행정부처 중에서 천신만고 끝에 '문패'를 지킨 부처도 꽤 있건만, 유독 과학기술부와 정보통신부 등 과학기술 관련부처가 예외 없이 다른 부처에 통폐합되거나 조직 축소를 피하지 못하였다.
더 큰 문제는 과학기술 행정부처 조직의 축소에만 그치지 않았다는 점이다. 청와대 역시 정보과학기술보좌관이 폐지되었고, 헌법 규정에 따라 설치된 대통령 자문기구인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마저 상설 사무처가 없어지고 교육 부문과 합쳐지면서 사실상 폐지된 것이나 다를 바가 없게 됐다. 행정부, 청와대, 자문기구 등에서 거의 전방위적으로 과학기술 관련 조직들이 대폭 축소, 약화된 것이다. 그 결과, 이 나라 과학기술의 미래에 대한 우려가 당초의 예상보다 더욱 깊어지고 있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정부의 과학기술 행정과 정책을 총괄하는 '컨트롤 타워'가 없는 것이다. 과학기술에 관한 범 정부 차원의 관심과 중장기적 과학기술정책은 아예 실종 된 상태라는 점이다. 이로 인하여 일선 과학기술 현장에서는 벌써부터 단기적인 성과에만 집착하는 연구개발 분위기에 대한 불만이 고조되는가 하면, 한편으로는 기초과학 연구에 대한 개념 자체 및 정책 추진에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이른바 '국제 과학비즈니스 벨트'의 추진을 둘러싼 과학기술계와 정부의 인식 차이 및 논란은 하나의 예에 불과하다.
물론 대통령을 위원장으로 하는 최고 의사결정기구로서 국가과학기술위원회가 있기는 하다. 그러나 각 부처 장관급과 민간위원들이 고작 몇 달에 한번 모여 회의하는 정도로 과학기술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하기는 대단히 어렵다.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실 산하의 과학기술담당 비서관이나 비상임 과학특보 역시 제대로 된 역할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 것이다.
현 정부에서 과학기술부를 다시 독립시켜달라고 주장하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최소한 과학기술 행정 전반의 컨트롤타워 정립을 통한 범정부적 과학기술정책 추진만큼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한 대안으로 국가과학기술위원회를 상설기구로 만들어 과거 과학기술혁신본부가 수행했던 범정부 연구개발 조정 및 R&D 예산조정 기능을 담당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청와대에도 차관급 이상의 과학기술수석비서관이나 상임 과학기술보좌관을 신설, 대통령 보좌의 전문성을 강화하고 부처간 업무조정 등을 효율적으로 추진하도록 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그러나 무엇보다 절실한 것은 올바른 과학기술정책에 국가의 미래가 걸렸다는 사실을 이제라도 깨닫는 것이다. 대통령과 정부의 인식 전환을 간절히 바란다.
최성우 한국과학기술인연합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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