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16일 개성공단 체류자가 남측으로 돌아오는 것만 허용하고 추가 입북은 막는 '묘수'를 냈다. 남측 인원을 비인도적으로 억류한다는 비난은 피하면서도 공단 가동에 차질을 빚게 해 대남, 대미 압박은 계속하겠다는 속셈이다.
일단 장기 억류 사태라는 극단적 상황은 피했지만, 남북 교류협력의 기본 전제인 신뢰엔 금이 갔다. 이처럼 북한이 정치분야가 아닌 경제분야에서까지 막무가내로 나오자, "과연 북한이 개성공단 사업을 계속할 의지가 있긴 한 것이냐"는 회의론이 대두되고 있다.
대다수 전문가들은 "북한이 개성공단을 포기할 생각은 없고, '키 리졸브' 한미 합동 군사훈련이 끝나는 20일까지 시위용으로 파행시키겠다는 것"이라고 보고 있다. 북한이 9일 처음 통행 제한 조치를 했을 때 '키 리졸브 기간'을 명시했다는 점, 개성공단이 북한의 거의 유일한 달러 유입구라는 점 등이 근거로 꼽힌다. 결국 북한은 개성공단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면서도 경제적 이득은 포기하지 않겠다는 철저한 계산에 따라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다.
주목할 대목은 북한이 과거 한미 합동 군사훈련 때 말로 극단적 위협은 했지만 이번처럼 행동으로 저항한 적은 거의 없다는 점이다. 북한이 이토록 '키 리졸브'에 거칠게 저항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해선 "북한 문제를 후순위로 돌리는 듯한 미국 오바마 행정부의 관심을 끌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북한이 9일 이후 통행 차단과 해제 사이에서 왔다갔다하는데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된다. 국책연구소의 한 연구원은 "북한이 남측 여론과 국제사회의 시선 등을 보아가며 가지고 있는 지렛대의 1%도 남기지 않고 쓰려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통행 차단을 했다가 남측 여론이 안 좋으니 풀었다가, '북한이 굴복했다'는 식의 남측 보도를 보고 다시 차단했다가, 인도적 비난이 쏟아질 듯 하자 또 다시 풀어주는 식"이라고 말했다.
일단 북한이 통행 차단조치를 '압박용 카드'로 쓰고 있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지만 진짜 속셈은 20일 이후 드러날 전망이다. 그 때도 통행 차단을 계속한다면 그 메시지는 '개성공단 사업 중단'일 가능성이 높고, 반대로 개성공단 정상화를 향해 움직인다면 최근 사태가 '키 리졸브 시위용'이었음이 판명되는 것이다.
최문선 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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