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오전 부산 인근 동해상. '떠다니는 군사 요새'인 미국 핵추진 항공모함 '존 스테니스호(CVN 74)'에서 함재기 F-18 슈퍼호넷 전투기의 이착륙 훈련이 벌어졌다. 한미 합동군사훈련인 키 리졸브 연습을 하고 있는 존 스테니스호가 훈련을 취재진에 공개한 것이다.
고막을 찢는 듯한 굉음과 함께 전투기들은 잔뜩 움츠린 용수철이 튀어 나가듯 활주로를 미끄러지더니 순식간에 동해 바다를 향해 솟구쳤다. 완전 무장시 30톤에 이르는 F-18 전투기가 정지 상태에서 이륙하는 데 걸린 시간은 불과 2~3초. 이륙 당시 속도는 시속 270㎞에 달했다.
갑판 총 길이가 330m에 달하지만 실제 전투기들이 이륙에 사용하는 활주로의 길이는 100m 가량. 이 짧은 거리에서 전투기들이 이륙할 수 있는 것은 갑판에 장착된 사출기(射出機ㆍCatapult) 덕분이다. 고압증기의 힘을 이용, 순간적으로 전투기를 견인하는 장치다.
전투기는 엔진 출력을 최대로 높여 대기하다 사출기의 힘을 더해 앞으로 튀어나간다. 항모에서 전투기가 이륙한 직후 활주로에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수증기는 이 때문이라고 미군측은 설명했다. 뒤 이어 대기하던 전투기들은 불과 20초의 간격을 두고 잇따라 창공을 갈랐다.
곧 이어 훈련을 나갔던 전투기들이 하나 둘 항모로 복귀하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활주로에 내려앉은 전투기가 철제 갈고리(Tail Hook)를 뻗어 갑판에 설치된 강철 로프에 거는 방법으로 순식간에 속력을 줄여 항모에 안착했다. 한 번에 성공하지 못할 경우에 대비해 철선은 여러 개 설치돼 있다.
1995년 취역한 9만6,000톤급 존 스테니스호는 갑판 길이 332m에 폭 78m, 높이는 24층 건물에 해당하는 74m이다. 갑판 면적은 축구장 3배 크기인 1만8,200㎡에 달한다.
슈퍼호넷 전투기와 조기경보기 등 항공기 70여대를 싣고 다닌다. 신디 필즈 소령은 "이번 훈련의 목적은 한국군과 함께 상호 운용성을 점검하고, 북한의 공격으로부터 이 지역을 방어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진성훈 기자 blue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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