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현지시간) 중동 예멘의 관광지에서 발생한 폭발 사고로 한국인 4명이 숨졌다. 정부는 "테러와 단순 사고 가능성을 모두 배제할 수 없다"는 신중한 입장이다. 하지만 불특정 다수를 노린 국제 테러조직 알 카에다의 자살 폭탄 테러일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왜 하필 한국인을 겨냥했는지 의문이 커지고 있다.
● 사고 경위
T여행사가 판매한 9박10일짜리 예멘 두바이 여행 상품을 구입한 한국인 관광객 16명이 예멘에 도착한 것은 10일. 여행사 관계자 2명를 포함해 18명은 예멘 수도 사나, 고대 유적지 마리브 등을 둘러보고 13, 14일엔 사고가 발생한 하드라마우트주 세이윤 지역을 관광했다.
이들은 14일 이번 여행의 하이라이트인 고대도시 시밤을 관광했다. 시밤은 높이 솟은 진흙 벽돌 빌딩이 있어 '사막의 맨해튼'으로 불리며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도 등재된 유명 관광지다.
사단은 15일 일부 관광객이 "저녁 해가 질 때 시밤을 다시 보고 싶다"고 청하면서 시작됐다. 그냥 호텔에 남겠다는 관광객 5명을 제외한 13명이 지프에 나눠 타고 시밤 시가지가 내려다 보이는 카잔 언덕 관람대에 도착했고, 이들은 일몰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주위에는 프랑스 이탈리아 관광객도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오후 5시50분께 현장에서 폭발물이 터졌고 이 사고로 한국인 관광객 4명이 그 자리에서 숨졌다. 또 한국인 관광객 3명이 부상을 입었고, 예멘 사람 한 명도 같은 자리에서 숨졌다.
● 테러인가, 단순 사고인가
외신들은 사고 초반부터 예멘 현지 관리를 인용, 자살폭탄 테러 가능성을 언급했다. 그리고 하루가 지난 16일 밤 예멘 국영 사바 통신이 사고 현장을 방문한 만수르 하디 부통령의 발언을 인용, "알 카에다가 18세 소년에게 자살 폭탄이 담긴 조끼를 입혀 테러를 벌였다"고 보도하면서 알 카에다 자살 테러설은 기정 사실화하는 분위기다. 시밤 관광지가 있는 하드라무트주 경찰이 자살 테러범의 비디오 메시지를 확보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그렇다면 알 카에다는 왜 한국인을 대상으로 테러를 벌였을까. 정부 판단으로 예멘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밀려난 알 카에다 조직이 둥지를 틀고 있는 위험 지역이다. 아랍 위성 TV 알 자지라도 인터넷판에서 1월 알 카에다 예멘 지부와 사우디아라비아 지부가 통합한 사실을 보도한 바 있다.
특히 예멘에서는 지난해 1월 알 카에다와 연계된 것으로 보이는 세력에 벨기에인 2명이 희생된 적이 있고, 2007년 7월에도 중부 고대 사원에서 자살테러로 스페인인 8명이 사망한 적이 있다. 미국 대사관이나 미국 구축함 콜호를 대상으로 한 알 카에다의 테러 공격이 벌어진 곳도 예멘이었다.
하지만 이미 한국이 이라크 철군도 마친 상황에서 한국인이 특별히 알 카에다 등의 테러 대상이 될 이유가 없다는 지적도 있다. 그래서 불특정 다수를 겨냥한 테러 시도에 현장에 있던 한국인이 공교롭게 희생된 것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된다.
정상원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