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만의 신보인 12집 '니가 그리운 날엔'을 낸 박상민은 "새 앨범엔 나이를 먹어가는 남자의 심정을 담았다"고 말했다. '멀어져 간 사람아''눈물잔' 등 사랑을 노래하는 발라드로 대중의 인기를 받았던 그가 가수 생활 17년, 40대 중반의 나이를 넘어가며 내린 음악적 결론은 "그저 그런 사랑 노래에 그칠 수 없다"는 다짐이라는 뜻이다.
비록 타이틀곡은 포크 느낌이 강한 발라드로 그의 목소리와 오랜 세월 궁합을 맞춰온 러브송이지만 아버지를 향한 애틋함(7번 트랙 '철부지'), 세상 앞에서 자꾸 작아지는 중년을 위한 응원(3번 트랙 '앞으로'),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는 독백(12번 트랙 '힘내 상민아') 등 인생의 주름에 감춰진 심상을 고루 담았다.
"일명 '가짜 박상민' 사건으로 칠순 잔치마저 못했던 어머니, 위암과 전립선암 수술을 견디며 자식 걱정만 하는 아버지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철부지'라는 노래에 담았어요. 아버지를 모셔서 녹음현장 보여드리고 뮤직비디오에 카메오 출연도 시켜 드렸어요."
박상민은 이번 앨범이 비슷한 또래의 남성들에게 보내는 메시지이자 자신을 돌아보는 자서전과 같다고 소개한다. "사랑 얘기보다는 많은 것을 담으려고 노력했어요. 메시지를 다 정해놓고 노래를 만든 거죠. 작사가에게 아버지와의 사연, 어린 시철 친구와의 우정 등을 직접 들려주고 이에 어울리는 가사를 써달라고 했어요."
신보엔 눈에 확 들어오는 팬 서비스도 담겨 있다. 평소 절대 선글라스와 모자를 벗지 않는 것으로 알려진 박상민의 '맨눈' 사진이 가사집에 실려 있는 것. "방송에서 선글라스를 고집한 게 특별한 이유 때문은 아니에요.
평범한 안경을 쓰면 노래와 분위기가 어울리지 않아서죠. '가짜 박상민' 사건 이후론 슬슬 선글라스를 벗을까도 생각했어요. 그런데 그거 아세요, 제가 안경이랑 모자 벗으면 정말 동안이라는 거. 하하."
박상민은 어느 앨범보다 정성을 기울여 12집을 만들었다며 "지금까지의 앨범 중 베스트"라고 강조했다. 첫 트랙 '비가 와요', 두번째 트랙 '니가 그리운 날엔' 등 서정적인 발라드는 어쿠스틱 느낌이 많이 담겨 따스한 이미지가 귀를 편안하게 한다.
전반적으로 치우치지 않은 곡 장르 배치가 지루함을 덜면서 '박상민 표' 발라드의 비중이 크게 줄지 않아 팬들의 기대치에도 떨어지지 않는다. "녹음과정에서 라이브 공연처럼 노래하려고 신경을 많이 썼어요.
소극적으로 부르는 건 안 된다고 생각했죠. 가사도 전부 외워서 녹음했어요. 조금이라도 더 감정을 살리기 위해서요. 콘셉트도 처음부터 '마이클 런스 투 락'(덴마크 출신 3인조 그룹)처럼 가자고 정했고요. 한번 한 실수를 거듭하지 않으려고 항상 잘못한 점을 메모해두는 습관이 큰 도움이 됐어요."
몇 년 후면 데뷔 20년이 된다. 박상민은 20년째가 되면 재미있는 이벤트를 내놓을 생각이란다. "사람들 앞에 서면 우스개로 '17년 동안 정상 근처에 있던 박상민입니다'라고 저를 소개해요.
크게 뜬 적도 없지만 많이 처진 적도 없는 가수 인생이 전부 팬들의 사랑 덕분이죠. 그것에 보답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고 있어요. 경제가 어려우니까 15년 전 가격으로 CD를 드리는 이벤트도 하고 싶어요."
양홍주 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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