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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에쿠스 프로젝트' 프리미엄 시장 도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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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에쿠스 프로젝트' 프리미엄 시장 도전장

입력
2009.03.16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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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열린 신형 에쿠스 공개행사장. 정몽구 현대차 회장은 여느 신차 공개 때보다 확실히 상기된 표정이었다. 정 회장은 "이제 세계의 고급명차들과 당당하게 경쟁하며 글로벌 명차 브랜드로 도약하겠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분명 글로벌 메이커다. 세계 어느 나라를 가든 현대차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 포드도, 도요타도, 볼보도 더 이상 현대차를 무시하지 못한다.

하지만 냉정히 말해 현대차는 중소형 시장, 대중차 시장의 '강자'다. 아반테 소나타 그랜저 등 국내외 베스트셀링 카들이 한결같이 그렇다. 대형세단 시장, 그 중에서도 '럭셔리'한 프리미엄 시장에선 아직 명함도 내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심하게 말하면 현대차의 글로벌 경쟁력은 '반쪽'인 셈이다.

이 한계를 뛰어넘겠다는 야심한 계획 아래 현대차가 오랫동안 심혈을 기울여 온 것이 바로 '에쿠스 프로젝트(정식 프로젝트명은 VI)'다. 만약 성공한다면 현대차는 대중형 중소형과 프리미엄급 대형세단을 아우르는 명실상부한 톱 브랜드로 발돋움할 터. 하지만 실패한다면 현대차는 당분간 프리미엄 시장에 도전하기 힘들 것이고, 결국 상당기간 중소형 이미지를 벗어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기술력에서 밀리지 않을까

에쿠스 프로젝트 성공의 1차 관문은 기술력. VIP들만 탄다는 프리미엄 시장에서 기술력은 가장 중요한 필요조건이다.

에쿠스 프로젝트를 준비해온 현대차 관계자는 "자존심 같은 것은 다 버렸다"고 말했다. BMW 7시리즈와 메르세데스 벤츠 S클래스, 렉서스 LS 등 세계 프리미엄시장을 주도하는 럭셔리카들을 앞 범퍼부터 뒷 범버까지 빠짐없이 분석했다. 연구기간 3년에, 들어간 돈만 5,000억원에 달한다.

현대차 연구진은 프리미엄차 기술 습득을 위해 1억원이 넘는 이들 차를 수십대나 구매해 분해와 조립을 수없이 반복했다. 그래서 나온 결론은 두 가지, ▦강력한 힘과 정숙성을 동시에 지닌 엔진과 ▦안락한 승차감이 승부처란 사실을 확인했다.

현대차는 우선 엔진개발에 전력 투구, 3,800㏄ 람다 엔진과 4,600㏄타우 엔진을 만들어냈다. 4,600㏄ 타우 엔진은 미국에서 해외 유수제품을 제치고 '2009년 워즈오토 선정 10대 엔진상'을 수상, 품질을 검증 받은 상태다.

실제 엔진성능을 평가하는 최대출력(㎰/rpm)에서 신형 에쿠스 4,600㏄모델은 366마력을 내, 메르세데스 벤츠 S500L(388마력)이나 렉서스 LS460(380마력) 수준에 도달했다. 아울러 세계에게 가장 엄격한 배기가스기준을 요구하는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ULEV-Ⅱ 기준을 통과, 초저공해 친환경 엔진으로 인증 받았다.

다음 과제는 안락한 승차감. 이를 위해 현대차는 세계적 트렌드인 후륜구동방식을 과감히 도입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구동방식을 바꾸는 것은 결코 쉬운 결정이 아니다"며 "하지만 전륜방식인 기존 에쿠스가 승차감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어 이번엔 과감히 바꿨다"고 말했다.

기술, 그 다음은

현대차측는 신형 에쿠스의 기술력 만큼은 확실히 자신있다는 반응이다. 문제는 비기술적 요인, 즉 브랜드 파워다. 정몽구 회장도 BMW나 벤츠에 비해 브랜드에서 뒤진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정 회장은 "2~3년안에는 분명 브랜드 인지도 향상을 이룰 것"이라고 말했다.

신형 에쿠스를 글로벌 시장에서 통하는 프리미엄카로 육성하기 위해 현대차측은 단계적 마케팅 전략을 택했다. 현대차는 신형 에쿠스 수출명을 '제네시스 프레스티지'로 정하고, 올 6월부터 중국→중동→미국으로 수출지역을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곧바로 선진시장 진입이 어려운 만큼, 우선 가까운 중국시장에서 럭셔리 세단으로서 가능성을 확인한 뒤 오일달러가 넘치는 중동, 그리고 미국 등 선진국 시장으로 넓혀간다는 구상이다. 초대형 럭셔리 세단의 선진시장 수출은 국내에서 신형 에쿠스가 사실상 처음이다.

물론 수입차에게 내준 내수시장에서도 대반전을 모색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대기업 최고경영자를 비롯 자영업자, 전문직 등을 대상으로 차별화 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

현대차 관계자는 "직접 타본다면 신형 에쿠스가 유럽 명차와 비교해 손색이 없다는 사실을 알 수 있을 것"이라며 "현대차 역사상 또한번의 승부수가 띄워졌다고 본다"고 말했다.

유인호 기자 yi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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