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부터 약간씩 상승하던 출산율이 지난해 다시 낮아졌다. 이른바 황금돼지해의 효과가 사라지고, 금융위기로 결혼과 출산을 늦추거나 줄이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다. 개인의 삶을 바꾸는 결혼과 출산은 문화적ㆍ경제적 요인에 직접 영향을 받는다. 그러나 인구변동은 경직성을 가지고 있어 근본적인 변화는 쉽게 기대할 수 없다. 최근 출산이 증가하다가 낮아지는 것은 출산율의 하방 경직성이 지속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통계청의 장래인구 추계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인구 고령화는 빠르게 진행되어 2050년에 10명 중 4명이 65세 이상 노인이고 젊은 연령층 1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해야 하는 초고령사회가 되어 사회자체를 유지하기 어렵게 된다. 이러한 전망을 대개 먼 훗날의 일로 여기거나, 나와는 무관한 것으로 인식하는 것이 우리의 인구문제를 더욱 심각하게 만든다. 2050년은 지금의 40대가 노인으로 여전히 생존해 있고, 지금 태어나는 아이들이 이 노인들을 부양하는 부담을 져야 하는 시기이다.
인구문제가 현실로 닥쳤을 때는 대안이 없다는 것을 인식하여야 한다. 지금은 괜찮으니 가볍게 생각하다가 초고령화 사회가 됐을 때 노인 수를 줄이고 젊은 인구를 늘릴 수는 없다. 시간적 여유가 있을 때 미리 적극적으로 대비해야 한다.
출산율이 낮아진 이유로 '아기를 마음 놓고 맡길 곳이 없다' '교육비가 너무 많이 든다' '직장과 가정을 양립할 수 없다' 는 등 양육의 어려움을 들 수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여건이 개선되면 결혼도 하고 출산도 할 것이냐는 질문에 부정적인 대답이 늘고 있다. 결혼과 출산은 사회적으로 필요한 것이기 이전에 개인의 삶에서 중요한 사건이므로 행복할 것이라는 확신이 있을 때 선택하는 것이다.
인구정책은 결혼, 출산, 양육을 수월하게 하는 재정적 지원과 함께 개인의 결혼과 출산에 대한 가치전환을 위한 홍보와 교육을 동시에 추진할 때 성공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의 국가정책은 개인에게 직접 도움을 주는 출산과 양육을 위한 환경개선사업이 중심이다.
장기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효과가 나타나는 홍보와 교육에 대한 관심은 여전히 낮다. 주변 여건만 해결되면 결혼도 하고 출산도 한다면, 단기적인 집중 투자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그러나 개인의 가치문제는 주변 여건을 해결하는 동시에 교육을 통한 장기간의 노력과 투자가 있어야만 개선할 수 있다.
최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조사에 의하면 현재 초ㆍ중ㆍ고등학생들의 결혼과 출산에 대한 가치의식은 지금의 미혼남녀의 의식보다 더 낮았다. 이러한 추세가 지속된다면 이 학생들이 부모가 되는 20여년 후의 출산율은 지금보다 더 낮아지고, 2050년의 고령화 정도를 더욱 심각하게 만들 것이다. 지금의 성인대상 지원도 좋지만 미래 세대에 대한 투자와 노력이 중요한 이유이다.
학교 교육에서 교사, 학생, 학부모 모두를 대상으로 삼은 교육이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 학생들에게 영향을 주는 교사와 학부모 세대는 모두 학창시절에 출산억제 교육을 받았다. 따라서 지금의 인구와 사회현상을 이해하고, 개인의 행복을 위해 결혼과 출산을 선택한다는 인식을 새롭게 하여야 할 것이다. 여기에 정부의 재정적인 지원으로 만족스러운 결혼생활과 자녀의 양육과 교육, 일과 직장의 양립이 가능하도록 지속적인 노력이 이루어진다면 가족친화적 가치가 강해지면서 결혼과 출산이 서서히 늘어나는 변화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김태헌 한국교원대학교 교수·한국인구교육연구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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