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공공근로제를 부활하면서 급여의 절반을 소비쿠폰으로 나눠주기로 한 것이 근로기준법에 위배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일자리 창출과 소비 진작을 위한 묘안이라지만, 정당한 근로 대가를 현금이 아닌 쿠폰으로 지급하는 것은 법 위반이라는 것이다.
논란이 되는 것은 공공근로의 대가로 지급되는 급여(월 83만원)의 50%를 재래시장 상품권 등 소비쿠폰으로 나눠주겠다는 대목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15일 “급여의 절반을 소비쿠폰으로 지급함으로써 재래시장 등에서 적극 사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런 급여 지급 방식은 ‘임금은 통화로 직접 근로자에게 그 전액을 지급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근로기준법 43조 1항에 정면 위배된다.
회사측이 급여를 현금으로 지급하는 대신 자사 상품이나 상품권 등으로 지급하는 부당행위를 막기 위한 것이 이 조항의 취지. 비록 정부가 복지 차원에서 일자리를 만들어 제공하는 것이라 해도, 근로기준법 적용을 면할 수는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노무법인 일하는사람들 정인영 노무사는 “법이 규정하는 통화는 현금이나 수표, 예금이체 등만 해당이 되며 상품권이나 쿠폰 등은 허용되지 않는다”며 “명백한 법 조항 위배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물론 ‘법령 또는 단체협약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에는 임금의 일부를 공제하거나 통화 이외의 것으로 지급할 수 있다’는 단서 조항이 있지만, 이를 적용하기도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민주노총법률원 권두섭 변호사는 “단체협약에 임금의 일부를 조합비로 공제하는 것 등에 적용되는 사례만 있을 뿐, 통화 이외의 것으로 지급할 수 있는 예외 조항으로 활용된 사례는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만약 정부가 이 단서조항을 활용해 시행령 등에 급여의 일부를 소비쿠폰으로 지급할 수 있다고 명시한다 해도 논란은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예지컨설팅 조수경 노무사는 “최저임금 수준을 급여로 지급하는 경우에는 현금 지급이 사회통념에 부합하는 만큼 논란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부측의 설명은 엇갈린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공공근로는 근로기준법 적용을 받지 않을 수 있다는 노동부 유권해석을 받았다”고 말했지만, 노동부측은 “공공근로 업무의 성격을 모르기 때문에 단정하기 쉽지 않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해우법률사무소 권영국 변호사는 “공공근로라고 해서 근로기준법 적용을 받지 않을 아무런 이유가 없다”며 “정부가 스스로 근로조건만 악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영태 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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