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탤런트 장자연씨가 숨지기 전 남긴 것으로 알려진 문건에 대해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함에 따라 그동안 소문으로 떠돌던 사회 고위층에 대한 신인 여배우의 술ㆍ골프 접대와 성 상납 등의 의혹이 베일을 벗을 지 주목된다.
문건에는 장씨가 소속사 대표 김모씨에게 당한 피해 사례가 사회 유력 인사의 실명과 함께 시간대 별로 구체적 내용까지 적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김 대표가 2002년 기업계와 정치권 인사에 대한 성 상납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았던 것으로 알려져 연예계와 사회 고위층이 얽힌 대형 연예계 비리 수사로 확산될 가능성이 커졌다.
KBS 보도 등에 따르면 "배우 장자연의 종합적인 피해 사례입니다"로 시작되는 문건에서 장씨는 "얼마나 술 접대를 했는지 셀 수가 없다"며 밝혔다. 이어 "2008년 9월경, 000 룸살롱 접대에 저를 불러서…. 잠자리 요구를 하게 만들었습니다"는 등 시간과 장소를 구체적으로 기술했다.
문건은 또 "000씨가 매번 그 자리에 나갔었는데 저를 더 이뻐하기 때문에 술 접대를 시켰다"며 다른 연예인도 술 접대를 강요 받은 것으로 언급돼 있다. 접대를 받은 것으로 거론된 인물은 언론계 유력 인사를 비롯, 드라마 제작사 대표와 PD 등 10여명 안팎이라고 KBS는 보도했다. 이외에도 광고주인 대기업 임원 등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문건의 진위 여부 뿐만 아니라 문건 내용에 대해서도 수사 의지를 분명히 해 거명된 유력 인사들의 '줄 소환'을 예고했다. 분당서 관계자는 "유족들도 문건 내용에 대해 수사를 원하고 있으며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고 밝혔다"며 "문건의 진위와 함께 문건에 적힌 불법 행위가 주요 수사 대상"이라고 말했다.
문건에는 장씨가 김 대표로부터 페트병과 손 등으로 폭행을 당했으며 김 대표가 마약 복용으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는 내용도 언급돼 있어 연예계 전반에 대한 수사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문건은 장씨가 자살하기 일주일 전인 지난달 28일 날짜와 함께 장씨의 주민번호와 지장, 서명이 찍혀 있어 신빙성이 높다는 것이 경찰 안팎의 관측이다.
경찰은 문건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강요죄와 폭행죄, 협박죄 등으로 관련자들을 처벌 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소속사 관계자가 접대를 지시한 것이 확인될 경우 우선 강요죄로 적용되며 접대를 받은 사람도 접대에 대한 의사표시를 한 것이 입증된다면 강요죄 처벌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강요죄는 피해자의 처벌의사와 상관없이 수사에 착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페트병 폭행은 폭행죄로, 욕설과 협박의 경우로 협박죄 등이 적용될 수 있다.
장씨는 이 같은 강요나 폭행이 장씨가 자살에 이르는 직접적 동기가 됐는지는 확인하기가 쉽지 않아 자살과 관련한 혐의가 적용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강주형 기자 cub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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