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은 국제유가로 지난해 사상 첫 적자를 기록한 한국전력이 배당을 하지 않기로 함에 따라 '전기료 인상설'이 한전 안팎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한전이 배당을 하지 않는 것은 1989년 상장 이래 처음이다. 한전은 20일 열릴 예정인 주주총회에서 배당 불가 입장을 설명하고 의결을 받을 계획이다.
한전의 지난해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3조6,592억원, 2조9,525억원의 적자. 큰 폭의 적자 원인은 원유 등 연료가 상승에 따른 전력구입비의 증가다. 전력구입비는 2007년 22조7,242억원에서 지난해에는 29조1,079억원으로 6조3,837억원이 증가했다. 배럴 당 170달러로 치솟았던 유가가 현재 40달러 선까지 추락했지만 환율이 급등하면서 손실 폭은 오히려 커졌다는 게 한전측 설명이다.
한전 관계자는 "환율이 10원 오를 때 약 1,300억원의 비용이 늘어나는데 올해 1, 2월에만 9,000억원 가량의 손실이 추가 발생했다"며 "특단의 조치가 취해지지 않을 경우 관련 기관의 경영난은 물론, 안정적인 전력공급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전기요금 인상 방법으로 연료비 연동 요금제가 검토되고 있다. 원유, 가스 등 발전 연료의 국제 가격에 맞춰 그때그때 전기요금을 책정하는 방식이다.
한전 관계자는 "원료비가 전기요금에 반영되는 데 1년 이상의 시차가 발생해 휘발유처럼 소비자의 합리적인 소비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연동제가 도입되면 전력 낭비가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전기요금 인상은 여의치 않아 보인다. 지난해 11월 전기료가 4.5% 인상된 데다 경기침체가 심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식경제부 전기위원회 권평오 사무국장은 "일본의 경우 과거 연료비가 떨어지는 시점에 그 이익을 소비자에 환원하면서 자연스럽게 연료비 연동제를 도입했다"며 "도입 시기도 중요하지만 연동제 도입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먼저 형성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민승 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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