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란 파페 지음ㆍ유강은 옮김/후마니타스 발행ㆍ524쪽ㆍ2만원
친이스라엘 또는 친팔레스타인. 제3자 입장에서 팔레스타인 땅의 분쟁을 보는 시선은 두 가지 틀 가운데 하나에 갇혀있다. 언론뿐 아니라 역사서까지 십중팔구 경도돼 있다. <팔레스타인 현대사> 가 한글로 번역돼 나온 것은 그래서 의미가 크다. 이스라엘의 대표적 수정주의 역사학자인 저자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민족주의를 모두 지양한다. "팔레스타인 민족주의나 이스라엘의 시오니즘이나 다수가 아닌 소수의 역사, 여성이 아닌 남성의 역사, 빈자가 아닌 부자의 역사일 뿐"이라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팔레스타인>
이 책에서 역사의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것은 '민족'이 아니라 '민중'이다. 따라서 팔레스타인 분쟁의 근본 원인도 민족적 정언명령이나 이데올로기가 아니라 생존의 관점에서 다뤄진다. 저자가 보기에 팔레스타인의 침략사도 "엘리트에 의해 쓰여진" 것이다.
그는 침략자인 이스라엘뿐 아니라 팔레스타인의 지도자들도 "서로 경쟁하느라 영국과 시온주의자들에 맞서 힘 한 번 써보지 못한 무능한 존재"로 비판한다. 이런 관점은 일견 양비론으로 비칠 수 있지만, 분쟁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 근거가 된다. 저자는 폭력의 악순환을 끊는 근본적 해결책으로 민족적 정체성을 넘어설 것을 주문한다.
이 책은 또 시온주의와 관련한 이스라엘의 대표적 거짓말들을 고발하고 있다. 첫번째는 '다윗 유대인 대 골리앗 아랍'으로 인식된 1948년 이스라엘 건국 전쟁이다. 저자는 당시 유대 군대가 모든 면에서 전력의 우위를 차지했으며, 심지어 몇몇 아랍국과 모종의 협약을 맺고 있었음을 까발린다. 홀로코스트의 피해자에 대해 당시 이스라엘 지도자들이 미온적이었다는 사실, 팔레스타인 근대화 문제에 내재된 영국과 이스라엘의 위선도 파헤친다.
유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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