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위성발사' 움직임을 지켜보는 미국의 고민이 깊다. 미국은 북한의 도발이 국제기구에 위성발사 계획을 통보하는 단계로까지 발전하자 외교적 노력을 통한 설득이 사실상 어려워졌다고 보고 위성발사 이후의 안보 기류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방미 중인 양제츠 중국 외교부장과의 회담에서 '북한 미사일 프로그램의 위험성'을 재차 강조한 것도 북한의 위성발사가 갖는 정치적 파장이 적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미국 정부가 난감해 하는 것은 북한이 통신위성이라고 주장할 경우 이를 저지할 법적ㆍ현실적 대응책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인공위성을 향해 요격과 같은 군사적 방법을 동원할 수 있는 근거가 희박할 뿐더러 요격 자체가 북한에 대한 사실상의 '전쟁행위'이기 때문에 무력대응에 나서는 것은 생각하기 어렵다.
인공위성 요격이 기술적으로 가능한지도 의문이다. 아트 브라운 전 중앙정보국(CIA) 아시아 담당 국가정보관은 미국이 사전에 파악되지 않은 물체를 대상으로 탄도미사일방어(BMD) 실험을 한 적이 없다는 점을 들어 "미국이 북한 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능력은 매우 낮다"고 말했다. 미국 정부가 성공 가능성을 확신하지 않는 한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요격에 섣불리 나서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더 큰 문제는 북한이 위성발사에 성공했을 경우다. 미국은 북한의 로켓추진 기술이 탄두를 실어 미국 본토에 도달할 정도는 아니라는 입장이었다. 이는 데니스 블레어 국가정보국장(DNI)이 지난달 상원 정보위 청문회에서 북한의 미국 공격 가능성을 극히 제한적으로 규정한데서도 확인된다. 그러나 위성발사가 성공한다면 상황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위성과 로켓추진 기술이 흡사한 미사일로 미국이 북한의 공격 사정권에 들어올 수 있다는 우려가 미국 내에서 증폭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북한의 대량살상능력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와 함께 미국의 대북관계에도 근본적인 변화가 올 수 있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핵탄두를 장착한 상태에서 미 본토까지 도달할 수 있는 미사일의 발사가 성공한다면 이는 북한의 군사위협을 가볍게 봤던 인식에 전환을 가져올 것"이라며 "미국과 아시아 동맹이 처한 안보위협과 관련한 환경에 변화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이 북한의 위성발사 시점에 맞춰 6자회담에서 미사일문제를 다뤄야 한다고 제안한 것도 의미가 적지 않다. 워싱턴의 외교 전문가들은 북한의 위성발사 의도가 미국의 안보 우려를 증폭시켜 미국을 북미 양자대화에 나서게 하도록 하는 것인 만큼 클린턴 장관의 미사일 협상 제의는 대북협상의 새로운 단초를 제시하는 신호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워싱턴=황유석 특파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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