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으로 인한 자살로 마무리될 것 같던 탤런트 장자연(30) 씨의 죽음이 자살 직전 남긴 문건이 공개되면서 연예계 성(性) 상납 추문으로 비화하고 있다. 문건에는 장 씨가 소속사로부터 술 시중과 성 상납을 강요 받은 사실과 접대 대상인 방송ㆍ언론계 유력 인사 및 기업 임원의 실명이 다수 적혀 있다고 한다. 문건이 자유의지로 직접 작성한 것인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필적 감정 등을 통해 장 씨가 작성한 것으로 밝혀진다면 방송 출연을 고리로 한 방송ㆍ연예계의 검은 먹이사슬 구조가 또 한번 실체를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방송ㆍ연예계의 비리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며 잊을 만하면 불거진 고질이다. 방송 출연을 대가로 한 금품수수는 기본이고 연예 기획사들의 코스닥 상장 붐을 타고 방송사 PD들에 대한 주식 로비까지 횡행했다. 여성 연예인의 성 상납 소문도 무성했는데, 지난해 한 방송 드라마는 이 문제를 정면으로 다뤄 논란을 일으켰다. 최근에는 한 여가수가 미니 홈피에 "만나만 줘도 3억원을 주겠다는 제안을 받은 적이 있다. 연예계에는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다"며 이른바 '연예인 스폰서'문제를 폭로하기도 했다.
방송ㆍ연예계의 비리가 근절되지 않는 것은 방송출연 수급 불균형 때문이다. 연예인 지망생의 급증과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급성장에 따라 연예인을 관리하는 기획사는 우후죽순처럼 늘어났지만 무명 연예인의 방송출연 기회는 한정돼 있다. 이로 인해 연예인의 방송출연 결정권을 쥔 방송사는 권력이 됐고,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 남으려는 연예 기획사는 소속 연예인을 출연시키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불법 로비마저 서슴지 않게 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여성 연예인이나 연예인 지망생의 순결한 성마저 성공을 위한 도구쯤으로 전락시킨 것이 연예계의 현실이라면 너무 비인간적이고 비윤리적이다. 음성적으로 이뤄지는 일이라 경찰이 전모를 밝혀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장 씨 문건 파문을 계기로 방송ㆍ연예계가 도덕성을 회복하고 음습한 뒷거래를 청산해야 한다는 당위는 더욱 선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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