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측의 2차 개성공단 육로통행 차단이 15일로 사흘째를 맞으면서 남측 입주기업들의 불안이 더욱 증폭되고 있다. 입주 업체들의 가장 큰 고민은 북측의 잇단 육로통행 차단에 따른 해외 바이어의 신뢰 하락과 생산 차질. 입주 업체들은 글로벌 경기 침체로 최근 주문이 감소하는 상황에서 군사적 위협까지 더해지면서 해외 거래선 이탈로 이어지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입주업체 "국제적 신뢰 상실이 문제"
개성공단기업협의회는 이날 성명을 통해 "개성공업지구법상 기업활동 보장의 원칙에 합당하게 통합을 즉각 정상화하고, 남북 당국은 이러한 상황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보장해달라"고 촉구했다.
문창섭 입주기업협의회 회장은 "육로 통행이 막힌 사실이 알려지면서 해외에서 일부 주문 취소 사태가 빚어지고 있다"며 "업체들이 돌이킬 수 없는 상황까지 치닫지 않도록 정부가 조속히 문제를 해결하라"고 주장했다. ㈜에스제이테크의 대표인 유창근 입주기업 협의회 부회장은 "출입차단이 2~3일 더 지속되면 원ㆍ부자재 공급이 안돼 상당수 업체가 공장 가동을 중단해야 한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입주업체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통행차단 조치가 1주일만 계속돼도 입주 기업 10곳 중 9곳이 물자 부족으로 일부 또는 전체 생산을 멈출 위기에 처할 것으로 나타났다. 15일 현재 이미 10개 업체가 가동을 중단한 상태다. 세부적으로는 ▲차단 1일 이후 31개 ▲ 2일 이후 36개 ▲ 3일 이후 52개 ▲ 4일 이후 56개 ▲ 5일 이후 67개 ▲ 6일 이후 68개 등으로 시간이 흐를수록 가동 중단 업체가 크게 늘어나는 것으로 파악됐다.
정부 "오래가진 않을 것"
정부는 북측의 육로 차단 조치가 개성공단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키 리졸브' 작전 수행에 따른 반발 성격이 강해 사태가 장기화하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북측이 외국인이나 결혼 예정인 남측 민간인의 통행을 허용한 것도 이런 추론을 하게 만든다. 육로 통행 차단이 외국인에 대한 강제 억류로 세계에 알려질 경우 미사일 발사와 함께 또 하나의 비난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늦어도 키 리졸브가 끝내는 20일이면 상황은 종료될 것이라는 게 정부의 분석이다. 더구나 현재 금강산 관광과 개성 관광 사업이 전면 중단된 상황이라 마지막 보류인 개성공단까지 폐쇄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북측 실무자들도 육로를 통한 재개 요청에 대해 "기다려 달라"고 말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 월요일 우리측 근로자들의 입출경 계획서도 받아 가는 등 의사 소통의 채널은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재발 방지가 최우선
이번 개성공단 육로통행 차단 조치는 향후 남북 경협에 좋지 않은 선례로 남을 전망이다. 2005년 입주를 시작한 개성공단 사업은 그동안 여러 차례 위기가 있었지만 통행 자체가 차단된 적은 없었다. 그만큼 현재 남북관계는 최악의 상황을 치닫고 있다.
이번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강제 억류'로 국제 사회에 알려질 경우 개성공단 사업은 치명타를 입게 된다. 따라서 정부는 입주 업체들이 더 이상의 피해를 받지 않도록 조속히 통행을 재개토록 하는 한편, 근본적인 재발방지 대책을 도출해 내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송영웅 기자 herosong@hk.co.kr
최문선 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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