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프레드 사드필류 엮음ㆍ김덕민 옮김/그린비 발행ㆍ480쪽ㆍ2만원
"민중에 대한 착취를 강화하는 헤게모니 시스템이다."
이 책이 신자유주의를 규정하는 도입부의 명제는 일부에게 거부감을 줄 수도 있다. 경제성장률 하락, 실업과 불완전고용의 광범위한 확산, 불평등 심화 등 그 해악들을 나열하는 대목에 이르러서는 식상함마저도 느낄지 모른다.
그러나 엄연한 현실이다. 세계적 경기침체 상황에서 그것은 더욱 중증의 행태로 치닫고 있다. 한편에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엘리트와 금융자본이, 다른 편에서는 빈익빈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빈곤층의 절망이 합쳐져 두 개의 세상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2000년 이후 증가일로에 있는 미국의 어린이 노숙자들을 두고 '신자유주의 난민'이라는 별명으로 부른다는 최근 소식은 신자유주의를 다시 돌아보게 한다.
비판적 경제학자의 논문 30편으로 21세기의 지도 이념이 된 신자유주의를 해부하는 이 책은 정기적인 경기침체, 금융과 국제수지의 취약성, 반복되는 위기 등 신자유주의의 존립에 치명타를 가하는 세계적 양상들을 먼저 개괄한다.
신자유주의는 1979년 영국의 대처 수상과 이듬해 미국 레이건 대통령의 당선으로 촉발됐다. 책은 그 본질이 "국제화에 초점을 둔 자본주의의 재조직화, 금융자본 헤게모니의 복귀"(322쪽)에 있다고 상술한다. 신자유주의의 경제ㆍ정치ㆍ사회적 의미를 파헤친 1부,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등 지구적 경제지형에 따른 전개 양상을 분석한 2부 등에서 신자유주의가 세계 구석까지 '고통을 전파하고 있다'고 고발한다.
한국 관련 부분도 기술돼있다. 책에 따르면 한국은 "금융 붕괴의 징후가 드러나자 해외 자본이 이탈하는 등 역시 신자유주의의 피해자"이자 "신자유주의의 피해를 입증하는 설득력 있는 사례"이다.
편저자인 런던대학 아시아아프리카대 사드필류 교수는 신자유주의는 결국 "소수에게 이롭고 다수에게는 해로운 메커니즘"이라고 말한다. 번역자 김덕민(고려대 경제학과 강사)씨는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사태로 촉발된 위기가 신자유주의의 종말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중심의 중심'인 미국을 정점으로 하는 새로운 위계질서가 생성, 신자유주의는 더욱 가속화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장병욱 기자 aj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