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라제기 기자의 Cine Mania] 잊었던 꿈 다시 꾸게 하는 '낮술'

입력
2009.03.16 00:02
0 0

'낮술'의 유쾌한 취기에 독립영화계가 깨어날 줄 모르고 있다. 2월 5일 개봉한 후 2만여명이 취했다. 200만 관객 신화를 이룩한 '워낭소리'의 우렁참에 가려졌지만, 국내 독립영화계에 오래도록 기억될 만한 놀라운 흥행 기록이다.

국내 관객만 '낮술'의 흥취에 빠진 것이 아니다. '낮술'은 스위스 로카르노영화제에서 넷팩상 등을 받은데 이어 홍콩영화제 등에서의 수상도 기대되고 있다. 노영석 감독은 로카르노와 캐나다 토론토, 그리스 테살로니키 영화제를 방문한데 이어 스페인 라스팔마스와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영화제 등도 찾을 예정이다.

제작비 1,000만원짜리 영화 한 편으로 세계 유람을 톡톡히 즐기고 있는 셈이다. 게다가 지난해 칸영화제에서 '일 디보'로 심사위원상을 받은 이탈리아의 떠오르는 감독 파올로 소렌티노가 유럽판 리메이크 제안까지 했다니 '낮술'의 매력이 여간 아닌 듯하다.

독립영화계의 깜짝 스타가 됐지만 노 감독은 이렇다 할 정규 영화교육 과정을 거치지 않고 장편영화를 완성했다. 어릴 적부터 품었던 꿈을 에너지 삼은 도전과 용기가 그의 무기였을 뿐이다.

노 감독처럼 영화에 대한 열정만으로 성공기를 쓴 영화인은 적지않다. '악동'으로 불리는 미국의 히스패닉계 감독 로버트 로드리게스도 1992년 단돈 7,000달러로 만든 '엘 마리아치'로 미국에서만 200만달러를 벌어들이며 이름을 알렸다. 그는 '엘 마리아치'를 리메이크한 '데스페라도'(1995)로 할리우드에 입성했다.

미국 독립영화의 간판 짐 자무시 감독의 성공담도 영화학도들 사이에서 두고두고 회자되는 전설이다. 자무시는 독일의 명감독 빔 벤더스가 '사물의 상태'(1982)를 찍고 남긴 40분 분량의 자투리 필름을 재료 삼아 1984년 명작 '천국보다 낯선'을 완성했고, 자신의 이름을 높였다.

모두들 힘들다는 요즘, 영화계는 더욱 힘들다고 아우성이다. 하지만 원래 충무로는 꿈을 좇는 사람들의 집합소가 아니었던가. 세파에 잠시 잊었던 꿈을 '낮술' 한 잔을 통해 다시 꿔보는 것도 나쁘진 않을 듯하다.

wender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