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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수단과 절차의 적정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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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수단과 절차의 적정성

입력
2009.03.15 2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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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참사'나 '촛불시위'는 안타깝게도 현재진행형이자 미래진행형이다. 때문에 용산참사 추모집회 시위대가 경찰관을 폭행하고'e메일 촛불재판 개입'사건이 드러나 파문을 일으킨 것이 끝이라고 생각되지 않는다. 보다 걱정스러운 것은 앞으로 맞닥뜨리게 될 도전과 시련이다. 지금 우리 사회 내부에서 흉측스럽게 몸집을 불리고 있는 독선과 적대, 갈등과 불신은 미구에 제2, 제3의 용산참사나 촛불시위가 재연될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기에 그렇다.

용산참사를 법집행 과정에서의 우발적 결과로 여기는 입장을 고집하면 재발 우려의 현실화 가능성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이명박 대통령 정부는 집권이후 시간이 흐를수록 유난히 법치주의를 앞세우는 빈도가 잦아지고 있다. 그것이 선진사회로 가는 초석이라고 굳게 믿고 있는 듯하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법치가 민주주의의 근간인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그 자체가 최고의 목적이 될 수는 없다. 법치는 사회 지탱의 수단인 만큼 그 수단은 합목적적으로 적정하게 쓰여져야 하고 합당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 턱없이 과도한 물리력을 동원하거나 인명피해가 예상되는데도 무리한 법집행을 감행하는 것이 법치의 당연한 모습이라고 강변할 수는 없다.

더욱이 최고권력자의 법치 독려가 검ㆍ경 등 법집행기관으로 하여금 조바심을 내게 하고 충성을 다투듯'법치 경쟁'에 나서도록 압박한다면 그 해악은 심각해진다. 권력기관일수록 대통령의 통치 스타일에 민감하기 마련이다. 법치는 상대적 개념으로'현재 시행중인 법대로 한다'는 의미에 국한되지 않는 다양한 함의를 갖고 있다.

그런데도 획일적 법치의 강조가 행정부는 물론 사법부까지도 자리보전이나 영전을 위해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만들 경우, 그것은 결국 정권의 속성을 규정한다. 국민들에 각인될 대통령의 모습도 그 속성에 따라 새겨지게 된다. 이 대통령은 최근'따뜻한'법치를 언급하며 그 수식어가 담아내야 할 것들을 수긍했지만 중요한 것은 실천과 내실이다.

사회적 약자의 편에서'차갑고 무서운'법치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은 사실 어려운 일은 아닐 것이다. 권력을 비판하는 것은 대개 정당하다는 인상을 주기 때문이다. 정작 용기가 필요한 것은'촛불시위', 또는 그것으로 상징되는 사회적 격발에 수단의 적정성이라는 잣대를 들이대는 일이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를 위한 촛불시위를 돌이켜보더라도 시위의 궁극적 목적에 '민주주의 수호'가 빠지는 일은 거의 없다. 형식논리나 주장만으로 보면 법치도 민주주의를 위한 길이요, 촛불 시위도 민주주의를 지켜내려는 수단인 것이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어떤 촛불 시위가 이루려고 하는 구체적 목적에 비추어 과연 매번 적정한 수단인지를 따져보는 것은 실로 쉽지않은 문제다. 권력의 정점을 비판하는 일처럼 단선적일 수도 없고 판단의 주ㆍ객체도 불분명해 자칫 '만인의 판단'이 갖는 함정에 빠질 위험이 있다. 촛불시위의 집단성 때문에 설사 그것이 수단으로서 도를 넘었다고 해도 거기에 참여한 개개인을 비판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촛불시위에 자발적으로 참여하려는 사람들은 저마다 수단의 적정성을 헤아리는 민주시민의 자질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민주사회라고 해도 군중이 항상 옳을 수는 없고 촛불시위가 반드시 민주적 가치에 부합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민주시민의 자질 함양은 거저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고태성 피플팀장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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