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서울 중구 서울 파이낸스빌딩 25층에 위치한 신한은행 패밀리오피스센터. 신한은행이 대한민국 0.01%의 초부유층 고객들을 위해 지난해 8월 오픈한 PB(프라이빗 뱅킹)센터다. '슈퍼부자'들만을 상대하기 때문에 이 곳은 개인이 아닌 '패밀리'를 대상으로 토탈 금융 서비스를 제공한다.
하지만 빌딩내 어디에도 이 센터의 존재나 위치를 알리는 표지판이 없다. 일반인들은 출입 자체가 불가능하고, 멤버십 카드 소지자만 출입이 허용된다. 멤버십이 되기 위한 최소 조건은 거래 금융자산 50억원 이상. 적어도 부동산과 금융자산을 합쳐 수백억에서 수천억원대의 자산을 보유한 초부유층만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곳이다.
자산관리사가를 넘어 가문을 지키는 집사로
진짜 큰 손들이 찾는 곳이 만큼 시설부터 일반 PB센터와는 차원이 다르다. 빌딩 25층 전체면적의 4분의1이 넘는 100여평의 공간에 모두 10개의 고객 룸과 비즈니스룸, 컨퍼런스룸, 와인바까지 5성급 호텔에 버금가는 시설을 갖춰놓았다.
상담 방은 모두 인테리어를 달리해 고객의 나이와 취향에 따라 고를 수 있게 했고, 골프 퍼팅 연습장과 유명 작가의 그림을 각방에 설치해 고급스러움을 더했다. 바닥도 모두 대리석으로 깔아 마치 유럽 고급 사교장을 드나드는 분위기를 연출했고, 각방에는 음성보존시스템을 설치해 비밀 보호에도 철저하도록 했다.
서비스도 일반인들의 상상을 초월한다. 자산운용은 기본이고 ▦가업(家業) 승계 ▦유언장 작성 및 보관 ▦가족 전체의 건강 관리와 여행 계획 ▦심지어 자녀 혼사 문제까지 고객의 '가문'과 관련된 모든 일을 처리한다. 배두원 센터장은 "센터는 자녀에게 말하지 못할 고민까지 털어놓을 수 있는 사랑방 역할까지 하고 있다"고 말했다. 때문에 이곳 PB들은 단순한 자산관리사가 아니라 가문의 부까지 대물림 하도록 돕는 '금융주치의'이자 '집사' 역할을 맡고 있다.
1조원 움직이는 큰 손들, 빌딩ㆍ회사채ㆍ원자재에 관심 집중
이곳을 드나드는 자산가들이 패밀리오피스 센터에 한 곳에 맡긴 돈은 무려 1조2,000억원이 넘는다. 고객별로 편차가 크기는 하지만 이들이 한번 움직이는 돈은 최소 수십억원에서 수백억원에 달한다.
그렇다면 돈의 흐름을 꿰뚫고 있다는 큰 손들의 최근 관심 투자처는 어딜까? 센터의 PB 팀장들은 ▦강남빌딩 ▦회사채 ▦원자재를 3대 관심사로 꼽았다. 탁현심 수석 팀장은 "최근 강남지역에 100억~500억원대 빌딩 매입 건을 알아보라는 요구가 많다"고 말했다. 부동산 가격 하락으로 저평가된 만큼 안정적인 임대수익을 올릴 수 있는 알짜 빌딩에 관심을 두고 있다는 것이다.
부도 위험이 없는 우량 회사채도 큰 손들에게 인기다. 워낙 천문학적 갑부이다 보니 이들은 자산을 불리기 보다는 지키는 쪽에 관심이 많고, 따라서 주식 보다는 채권을 선호하는 편이다. 임현정 팀장은 "현재 우량 회사채들이 저평가돼 있다는 인식이 많다"며 "금리가 높고 환급성도 나쁘지 않아 일부 고객들의 경우 한번에 2,000억원 이상을 배팅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특히 최근 눈에 띄는 것은 금과 원유, 곡물 등 원자재 관련 투자다. 큰 손들은 경기부양을 위해 각 국 정부가 무차별적으로 돈을 풀고 있어 경기 회복기에 인플레이션이 자산관리에 중요한 변수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는 것이다.
송민우 팀장은 "고객분들이 벌써부터 인플레이션 시대를 대비해 금과 원유 등 원자재에 대한 투자를 시작하고 있다"며 "원자재의 경우는 가격 변동성이 심해 수억대 단위로 분할매수로 접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손재언 기자 chinas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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