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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맞춤형 아기'의 위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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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맞춤형 아기'의 위험

입력
2009.03.15 2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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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에 미국에서 '맞춤형 아기'가 태어난다는 보도가 있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한 유명 산부인과 병원에서 아이의 성별은 물론 외모도 원하는 대로 해준다는 광고를 냈는데, 현재 6명이 신청해 내년에 맞춤형 아이가 태어난다고 한다. 맞춤형 아기는 임신 초기의 배아에서 세포를 채취ㆍ검사하여 나쁜 유전자는 제거하고, 원하는 유전자를 가진 배아세포를 골라 임신을 진행시킨다고 한다.

유전적 다양성 상실은 치명적

나쁜 유전자는 제거하고 좋은 유전자로만 형성된 아기가 태어나 성장하면 인간은 지금보다 지적ㆍ 육체적 능력이 더 우수해 질 것이므로 '긍정적인 진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사실은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인간들이 어떤 목적으로든 계속 특정 유전자를 제거하고 다른 유전자로 치환한 결과 인간의 유전자 구성이 다양성을 상실하면 오히려 위험이 시작될 수도 있다.

조류 인플루엔자가 발생하면 그 반경 수㎞ 안의 닭들은 모두 살처분(殺處分)된다. 어차피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노출된 닭들은 모두 감염되어 죽기 때문에 다른 지역의 감염이라도 막기 위해서다. 연구 결과에 의하면, 바이러스의 출처는 철새들의 분변(粉便)이다. 따라서 바이러스에 노출되었던 철새들도 닭들처럼 떼죽음을 당해야 할 것 같은데, 정작 바이러스를 옮겨 온 철새들은 대부분 멀쩡하다.

닭과 철새들의 어떤 차이가 이렇게 다른 결과를 가져올까? 이화여대 최재천 교수는 최근 한 포털 사이트의 글에서 그 이유는 각 집단을 구성하는 개체들의 유전적 다양성이 큰 차이를 보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야생 조류군은 개체들이 유전적으로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다. 그래서 바이러스에 노출되어도 면역력이 부족한 유전자를 가진 일부만 감염되어 죽고, 면역력이 강한 유전자를 가진 나머지는 살아 남는다. 그런데 우리가 기르는 닭은 오랜 세월

알을 잘 낳도록 인위적 선택과정을 거치는 바람에 모든가 유전적으로 비슷해져서, 조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노출되면 예외 없이 감염되는 것이다.

닭을 인간으로 바꾸어 생각해 보면, 유전적 다양성을 상실한 인간군이 얼마나 치명적인 위험을 안고 사는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바이러스로 인하여 인류가 멸망에 이르는 내용의 영화도 많이 있다. 지금은 영화적 상상에 불과하지만, 맞춤형으로 태어나 대부분 동일한 유전자군을 가진 아기들이 성장한 사회에서는 실제 상황이 될 수도 있다. 미국 월가에서 시작된 금융위기가 전 세계로 급속하게 확산된 이유도 각국의 금융시스템이 다양한 유전자군을 갖지 못하고 월가의 금융시스템 유전자를 그대로 복제하여 따라간 때문은 아닐까?

<논어> 자로(子路)편에 '군자화이부동ㆍ 소인동이불화(君子和而不同ㆍ 小人同而不和)'라는 말이 나온다. 그 뜻에 대하여 다양한 주석이 있는데, 역사서 <국어(國語)> 정어(鄭語)편에서는 "화(和)는 서로 다른 것들이 모여서 질서를 유지하는 것이며 이로부터 풍요로움이 자라고 만물이 생겨난다. 그러나 서로 같은 것들만 모아 놓는 동(同)은 모두 다 못쓰게 되어 버린다"고 설명한다. 유전적인 지식은 없었겠지만 다양한 것이 서로 섞여야만 생명 현상이 왕성해 질 수 있음을 간파한 동양의 지혜가 빛난다.

다양한 생각 관용하는 지혜

이러한 원리는 자연이나 인간사회나 다르지 않다. 너와 내가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그 다양성의 바탕 위에서 서로 공존을 모색해야 사회가 건강해진다. 따라서 사회는 다양한 생각들로 열려 있어야 한다. 그러나 지금 우리 사회는 자신의 생각만 옳을 뿐 다른 생각은 용납하지 않는 풍토가 대세다. 이해와 관용 대신 구호와 폭력만이 어지럽다. 그러한 사회는 건강한 생명현상 대신 쇠락만이 있을 뿐이다. 전 지구촌이 경제불황으로 몸살을 앓는 지금이야말로 이해와 관용, 다양성을 위하여 지혜를 모아야 할 때이다.

변환철 중앙대 법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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