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쉬어 가겠다.'
한국은행이 지난 5개월간 이어오던 금리인하 행진을 고심 끝에 일단 멈췄다. 단기간에 빠른 속도로 기준금리를 내려온 만큼, 이쯤에서 한 박자 쉬며 분위기를 살펴보겠다는 의미다. 한은은 다만 "금리인하 기조가 바뀐 것은 아니다"고 강조,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은 열어뒀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12일 정례회의를 열러 기준금리를 현 2.0%에서 동결하기로 결정했다. 금통위는 중소기업을 위한 저리대출인 총액한도대출 규모는 현행 9조원에서 10조원으로 1조원 늘리기로 했다.
이날 금통위 회의시간은 평소보다 2배 가량 길었다. 그만큼 금통위원들도 고심했다는 얘기다. 결국 금리를 동결하되, 향후 추가 인하가능성은 열어 놓는 쪽으로 발표문안도 만들어졌다. "한 번 쉬기는 하지만 금리인하 기조에 영향을 끼칠만한 현실에는 변화가 없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의미"라고 한은 관계자는 전했다.
실제로 이성태 총재 역시 기자회견에서 경기 악화 우려를 아끼지 않았다. 그는 "앞으로 성장률이 낮아질 위험이 상당히 크다" "작년 11,12월에 보던 것보다 경기하강이 좀 더 깊고 길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경기하강에는 금리인하로 대응하는 것이 정석. 그럼에도 이 달 동결을 결정한 데는 '금리인하 카드가 몇 장 남지 않았다'는 현실적 제약이 크게 작용했다. 이 총재의 말처럼 경기침체가 장기화할 경우에 대비해 인하카드를 최대한 아껴야 하기 때문이다. 2.0%까지 내려온 현 기준금리는 많아야 0.5~0.75%포인트 정도 밖에 더 못 내릴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예상. 0.25%포인트씩 나눠서 내려도 앞으로 2,3개월 밖에는 인하카드를 쓸 수 없는 상황이다.
환율이 불안한 것도 금리를 동결시킨 한 요인이다. 지금 상황에서 금리를 더 낮춰 내외금리차를 좁힐 경우, 환율상승을 재차 압박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은 관계자는 "기준금리를 따라 빠르게 내린 대출금리보다 상대적으로 만기가 긴 예금금리가 늦게 내리면서 은행들의 수익성 악화가 우려되고 이는 곧 환율 상승요인으로 작용한다"며 여러 요인이 두루 감안됐음을 시사했다.
LG경제연구원 신민영 금융연구실장은 "경기만 놓고 보면 추가 인하가 필요해 보이지만 동결 역시 시장의 예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결정이어서 금융시장에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며 "한은의 금리인하 여력도 올 상반기 정도면 모두 소진되고 그 이후는 직접 유동성 공급 조치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김용식 기자 jawohl@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