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에서 지난 30년간 당뇨병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아시아 당뇨병 환자들은 서구와 달리 특이한 임상양상을 보인다. 발병 연령이 젊고, 비만도가 심하지 않다는 점이다.
서구에서 당뇨병은 주로 55세 이후 매우 비만한 사람에게서 나타난다. 반면, 아시아에서는 35세부터 급증하며, 조금만 살이 쪄도 쉽게 당뇨병에 걸린다.
어떻게 이런 임상 차이가 생겼을까? 최근 연구결과, 아시아인은 인슐린 저항성(체내 인슐린 작용이 떨어진 상태)보다 인슐린 분비 이상이 더 큰 문제다. 비유하자면 서양인이 2톤 트럭이라면 동양인은 1톤 트럭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트럭 적재량이 달라도 용량에 맞춰 사용하면 수명은 같을 것이다. 그러나 두 트럭 모두에 2톤을 실으면 2톤 트럭은 문제없지만 1톤 트럭은 망가진다.
즉, 인슐린 분비 능력이 적은 동양인은 최근 급격한 경제성장으로 인해 유발된 비만과 운동부족으로 더 젊고, 덜 비만해도 당뇨병이 가히 폭발적으로 늘었다. 게다가 당뇨병으로 인한 사망, 실명, 만성 콩팥병, 팔ㆍ다리 절단, 뇌졸중, 심장질환 등이 모두 가파르게 늘고 있다.
그러면 당뇨병성 합병증을 어떻게 예방할 수 있을까? 수많은 대규모 연구에서 당뇨병 환자라도 혈당을 철저히 조절하면 만성 합병증을 효과적으로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이 증명됐다.
문제는 혈당을 제대로 조절하는 환자가 30~40%밖에 안 된다는 사실이다. 환자 대부분은 열심히 병원을 찾아 약제를 투여 받고 있지만 합병증 발병 위험에 그대로 노출되고 있다. 이 때문에 대한당뇨병학회는 당뇨병 초기부터 강력한 약을 병합 투여해 혈당을 적절히 유지하라고 권하고 있다.
그런데 왜 초기에 잘 조절되던 혈당이 시간이 지나면 조절이 안돼 인슐린을 투여해야 하고 당뇨병성 합병증까지 생기는 걸까? 이는 현재 출시된 당뇨병 약제가 한계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즉 생리적으로 정상 혈당을 유지하지 못하고 고혈당과 저혈당이 반복되거나, 소화기관 부작용이 생기거나, 체중증가, 부종 등 부작용으로 인해 치료가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약제 대부분은 혈당을 크게 낮추지만 인슐린을 분비하는 베타세포 기능을 장기간 유지할 수 없도록 만든다. 그래서 일시적으로 혈당을 조절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약효가 떨어진다.
이상적인 혈당강하제는 혈당을 크게 떨어뜨리면서도 저혈당과 체중 증가 등 부작용이 거의 나타나지 않아야 한다. 덧붙여 베타세포 기능을 유지하거나 개선한다면 더없이 좋은 약이다.
최근 소개된 인크레틴은 장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인데, 동물 연구에서 베타세포에서 인슐린 분비를 촉진해 혈당을 떨어뜨리면서도 저혈당, 체중 증가 등의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는다. 또한 당뇨병을 인위적으로 일으킨 동물에 대한 실험에서 베타세포를 보호하고, 사멸을 방지해 베타세포의 양도 늘렸다.
인슐린 저항성보다 베타세포 기능이 문제 되는 동양인에 아주 좋은 약인 셈이다. 이에 따라 서울성모병원은 '인크레틴 클리닉'을 운영하고 있다.
최근 국내에 두 가지 먹는 약과 주사제로 개발된 인크레틴 제제가 도입됐다. 이들 약제는 이미 국내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 연구가 진행됐으며, 효과도 서양인보다 약간 낫다고 보고돼 기대를 갖게 한다.
또한 2~3년 간 임상에서 췌장염을 제외하고는 심각한 부작용이 없어 더욱 희망적이다. 다만 동물 연구처럼 베타세포 보호와 증식효과가 사람에서도 나타날지, 장기적으로도 효과가 있을지, 부작용은 어떤 것인지에 대한 연구가 숙제다.
윤건호 서울성모병원 내분비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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