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태 한나라당 대표는 11일 9개 대기업의 총수 또는 최고경영자(CEO)들에게 감사 편지를 보냈다. 재벌 회장들에게 이례적으로 감사의 뜻을 전한 이유는 경제위기 속에서도 이 대기업들이 당초 예정보다 많은 신입사원을 뽑기로 했기 때문이다.
박 대표는 이날 여의도 당사에게 가진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대기업 회장들에게 편지를 보냈다고 소개하면서 "대기업이 채용을 확대한다는 소식은 오랜 겨울 가뭄을 끝내는 단비와 같았다"고 찬사를 보냈다. 박 대표는 편지에서 "회장이 보여준 희망의 메시지가 대한민국에 생기와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고 긍정 평가한 뒤 "막중한 책임감으로 한층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 줄 것을 간곡히 부탁한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지난달 대기업을 향해 "금고문을 활짝 열어 줬으면 좋겠다"면서 적극적 투자를 촉구했다. 지난 번 메시지가 은근한 압력이었다면 이번은 재벌 달래기에 무게가 두어진 것이란 얘기가 나온다. 또 아직도 상당수 대기업들이 신규 채용에 소극적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박 대표의 메시지는 '더욱 적극적으로 고용 확대에 나서 달라'는 촉구의 뜻도 담겨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감사 편지를 받은 인사들은 이수빈 삼성그룹 회장,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준양 포스코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부회장, 손경식 CJ그룹 회장, 강덕수 STX 회장, 최길선 현대중공업 사장 등이다.
박 대표는 이날 간담회에서 4ㆍ29재보선 출마 여부에 대해 확답을 하지 않는 '안개 화법'을 구사했다. 박 대표는 특히 인천 부평을 재선거 출마 여부에 대해 "나는 부평의 '부'자도 얘기한 적도 없고, 부평에 가본 적도 없다"고 말했다.
부평을 출마 문제에 대한 박 대표의 답변은 외견상 소극적 태도로 해석될 수 있다. 하지만 한나라당 관계자는 "박 대표 자신은 소극적으로 답변하고 있지만 당내에서 '대표를 출마시켜야 한다'는 의견들이 모아지면 실제로는 출마할 가능성이 높다"며 "대표의 출마 여부는 좀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내주쯤 이명박 대통령과 회동하는 방안을 협의 중"이라고 말해 청와대 회동 뒤에 재보선 출마 문제가 가닥 잡힐 것으로 보인다.
박 대표는 이날 중국 명나라 시인 고계(高啓)가 쓴 시구인 '물을 건너고 또다시 물을 건너고, 여기 저기 꽃을 보고 가노라면…' 을 읊으면서 "빨리 꽃이 활짝 폈으면 좋겠다"고 말해 봄꽃이 무르익는 3월 말쯤에 재보선 출마에 대해 결심할 것임을 시사했다. 박 대표는 이날 오후부터 짧은 휴가에 들어갔다.
김광덕 기자 kd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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