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베트 자치권에 대한 목마름은 50년이 흘러도 바뀌지 않는다."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73)가 티베트 봉기 50주년 기념일인 10일 '티베트의 자치권 회복'을 역설했다. 달라이 라마는 이날 망명지인 인도 다름살라 사원 앞에서 "티베트의 문화와 정체성이 중국에 의해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면서"우리 티베트인은 법률로 보장된, 의미 있는 자치권을 원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사원 주변에는 티베트 국기와 달라이 라마의 사진,'티베트에 자유를'이란 구호가 적힌 포스터가 빽빽이 걸렸다. 그의 연설을 듣기 위해 외국에서 수 천명의 인파가 몰리기도 했다.
달라이 라마는 중국의 티베트 점령 이후 "티베트인은 문자 그대로 생지옥을 경험했고 수만 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해 3월 티베트(시짱ㆍ西藏) 자치구 라싸(拉薩)에서 발생한 시위를 과잉 진압, 대규모 유혈 사태를 일으킨 중국군의 대응을 비난하면서도 "만약 우리가 진실과 비폭력 노선을 유지한다면 티베트의 정의가 반드시 승리할 날이 올 것"이라며 중도화합의 정신을 강조했다.
달라이 라마의 연설 이후에는 거리 시위가 이어졌다. 티베트인 등 수천 명은'중국은 가라' '티베트는 티베트인의 것'등 반중(反中) 구호를 외치며 행진했다. 한 티베트인은 "중국 지도부는 살인자, 학살자다. 티베트 탄압을 중단하라"고 외쳤다.
미국, 네팔 등 지구촌 곳곳에서도 시위가 잇따랐다.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티베트 국기와 미국 국기를 손에 쥔 티베트 망명자 수백명은 9일 워싱턴 백악관 앞에서 2분간 침묵시위를 한 뒤 '티베트에 자유를(Free Tibet)'이라는 구호를 외치며 중국 정부를 규탄했다.
그러나 라싸 등 티베트인 집단 거주지역은 이날 중국 인민해방군과 무장 공안의 철통 같은 보안경계 속에서 오히려 조용하기만 했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이날 현지 주민의 말을 인용해 "티베트 자치구에는 현재 10만여명의 군병력이 파견돼 삼엄한 경계활동을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라싸에 거주하는 한 주민은 "이렇게 많은 군인을 처음 본다"며 "공안들은 헬리콥터까지 동원해 순찰활동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문은 또 50주년 기념일을 앞두고 지난 주부터 무장 공안이 티베트 최대 사원인 조캉사원(大昭寺) 주변에 배치돼 24시간 감시활동을 펼치고 있다고 전했다. 한 상점 주인은 "10만명 이상의 군인과 64대의 무장차량이 라싸와 주변지역에 파견됐다는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또 다른 목격자는 "티베트-쓰촨(四川) 접경지대 산골 마을인 캉딩(康定)이 군 차량 행렬과 군 막사로 거대한 군 진지로 변했다"고 말했다.
베이징=장학만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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