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지출 확대냐, 금융규제 강화냐.
다음달 2일 영국 런던에서 열리는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본격적인 국제 외교 데뷔 무대라는 점에서 특히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하지만 경제위기 해결을 위한 국제 공조 방안을 두고 미국과 유럽의 시각차가 커 오바마 대통령에게 부담이 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0일 보도했다.
미국은 올해 전세계 경제가 2차 세계대전 후 처음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것을 예상되는 만큼, 이번 회의에서 G20 정부들이 재정지출 확대를 통한 적극적 수요촉진 정책에 동참할 것을 촉구할 계획이다. 국제통화기금(IMF)도 G20이 올해 국내총생산(GDP)의 2%까지 정부재정 지출을 확대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하지만 G20 국가 중 GDP의 2% 이상 재정지출을 결정한 나라는 사우디아라비아, 스페인, 호주, 미국, 중국 등 5개국 뿐이다. 한국은 1.5%로 G20 중 독일, 멕시코, 캐나다와 함께 8위권에 위치해 있다.
재정지출 확대를 통한 수요 촉진이라는 미국의 구상과 달리, 독일 등 유럽 국가들은 추가 재정지출에 거부감을 나타내고 있다. 대신 경제위기의 원인인 다국적 금융기관에 대한 국제적 규제강화를 최우선 과제로 삼자고 요구하고 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추가 정부재정 지출은 과도한 재정적자 부담과 함께 민간기업의 도덕적 해이를 부르는 등 부작용이 더 클 것"이라며 반대했다.
금융산업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영국은 국제적 금융규제 강화가 자국 금융산업을 위축시킬 것이라는 우려 때문에 미국과 생각이 비슷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주 미ㆍ영 정상회담 후 공동기자회견에서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는 "은행 향후 시스템을 위해 G20이 원칙을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해 "경제를 부양하기 위해 G20의 공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한 오바마 대통령과 차이를 보였다.
이 같은 시각차를 좁히기 위해 G20 재무장관들은 이번 주말 런던에서 회담을 갖는다. WSJ은 미국, 유럽 모두 G20 정상회의에서 구체적 성과를 도출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커 입장차를 부각시키기 보다는 국제공조를 강조하는 방향으로 결론을 낼 것으로 전망했다.
정영오 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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