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전형 개선안을 연구해 온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산하 실무위원회 위원장이 사실상 3불 정책 폐기를 골자로 한 2011학년도 대입전형 기본사항 안을 내놓았다. 3불 조항을 삭제하는 대신'다양한 형태의 논술 등 필답고사'와 '대학별 고교종합평가'를 실시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변형된 본고사와 고교등급제로 3불 정책의 무력화를 노린 것이다. 상당 기간 3불 정책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안병만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의 최근 발언, "대입 자율화는 2013년 이후 사회적 합의를 거쳐 추진한다"는 정부 방침과 배치된다. 불과 10여일 전 대교협이 동참한 '공교육 활성화 선언'과도 상충한다.
대교협의 이율배반적 언행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참여정부 때도 3불 정책 폐기를 주장하다 비난 여론이 일면 슬그머니 물러서곤 했다. 현 정부가 출범한 뒤에는 대입 자율화 정책에 화답하듯 "대입 자율화를 해도 국ㆍ영ㆍ수 중심의 본고사는 보지 않겠다"고 말하더니 본고사형 논술고사를 시행했거나 본고사 도입 계획을 밝힌 대학이 속속 출현하는데도 수수방관으로 일관했다. 고교등급제 의혹이 제기된 고려대에 대해서는 허술한 조사로 면죄부를 안겨 줬다.
대교협은 공교육 살리기를 원하긴 원하는 것인가. 3불 정책을 폐기할 경우, 그로 인해 학교 현장이 무한 입시경쟁의 장으로 전락했을 때의 부작용과 후유증을 책임질 각오는 돼 있는가. 대교협은 가식의 탈을 벗고 맨 얼굴을 드러내야 한다. 겉과 속이 다른 언행으로 별다른 노력 없이 거저 얻은 입시 자율권을 지키려는 모습은 군색하다.
대학의 사회적 책무는 망각한 채 입시 자율의 과실만 따먹으려는 이기주의는 치졸하다. 앞뒤가 맞지 않는 변명은 구차하다. 차라리 "변형된 본고사와 고교등급제로 3불 정책을 폐기하겠다"고 커밍아웃 하는 게 낫다. 3불 정책 폐기의 부작용과 후유증의 책임은 대학이 다 짊어지겠노라고 말하는 것이 정직한 태도다.
그럴 용기나 대입시를 제대로 관리ㆍ감독할 능력이 없다면 몸에 맞지 않는 입시 자율권을 벗어 정부에 반납하는 게 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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