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의 대명사'가 된 엄마에게 애정과 연민과 이해를 베푸는 대학생 딸(공지영 장편소설 <즐거운 나의 집> ), 실종된 엄마를 찾아 나선 가족들(신경숙 장편소설 <엄마를 부탁해> ), 불륜을 저지르는 아빠에게조차 연민을 느끼는 딸(서하진 단편소설 '아빠의 사생활'). 엄마를> 즐거운>
한국 문학에 가족이 돌아오고 있다. 그것도 1990년대 내내 가부장주의로 상징되는 가족신화와 치열하게 대결했던 여성작가들에 의해서다. 그런데 가족의 귀환은 반갑기만 한 일일까. 계간 '세계의 문학' '문학수첩' 등 문예계간지들은 최신호에서 최근 한국소설의 뚜렷한 현상인 가족주의의 귀환 현상에 대해 공통적으로 쓴소리를 던지고 있다.
문학평론가 강유정씨는 '세계의 문학' 봄호에 발표한 '돌아온 탕아, 수상한 귀환'이라는 글에서 최근 한국소설의 가족주의를 "너무도 익숙한 위안으로의 회귀, 위기와 함께 되살아나는 퇴행"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공지영씨의 <즐거운 나의 집> , 전경린씨의 장편소설 <엄마의 집> 을 '모성 신화'라는 코드로 분석한다. 엄마의> 즐거운>
두 작품의 주인공인 이혼여성들은 비록 경제적으로 자립했다는 점에서 새로운 주체이긴 하지만, 자녀들에게서 위로받고 싶어하며 새로운 가장으로 자리잡고 싶어하는 존재라는 것.
강씨는 "그들이 박차고 나왔던 이데올로기이자 폭력과 억압의 장소였던 가족은 가장의 모습이 바뀌자 안락한 모성의 신화적 공간으로 재탄생"했다고 비판했다. <엄마를 부탁해> 의 어머니 상도 도마에 올린다. 엄마를>
강씨는 "우리는 실종된 '엄마' 그리고 엄마의 신화적 가치를 추억하며 잠시 현실의 고달픔을 잊는다"며 "부재한 엄마에 대한 애도가 위기에 처한 가족에게 신화적 구원을 선사하는 것, 그것이 바로 되돌아온 감옥, 모성적 신화의 실체인 셈"이라고 비판의 날을 세웠다.
문학평론가 고봉준씨는 '문학수첩' 봄호에 발표한 '감동의 문학과 영감의 문학'이라는 글에서 하성란씨의 단편소설 '알파의 시간', 조경란씨의 단편소설 '기타부기 부기우기', 서하진씨의 소설집 <착한 가족> 등을 거명하며 비판을 시도했다. 착한>
고씨는 이들 소설에 대해 "혈연적 경계를 가장 내밀하고 원초적인 가치로 주장한다는 점에서 문제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한 가족에게 불행이 닥치고, 맞서 싸우다 마침내 딛고 일어서 감동을 준다는 가족서사의 메커니즘에 대해 "이런 식의 감동은 우리의 감정을 일순간 흔들어 놓을 뿐, 그 순간이 지나면 감정은 다시 원래의 상태로 되돌아간다"고 비판했다.
소설가 신경숙씨는 이에 대해 "모성신화에서 완전히 탈피하지 못했으면서도 모성을 강조하지는 못하는 현실의 흐름이 소설 속으로 들어와 그런 해석들이 나오는 것 같다"며 "모성신화의 강조가 아니라, 엄마한테 맡겼던 짐을 덜어주고, 가족이 아닌 사회가 엄마 역할을 해줬으면 하는 바람에서 <엄마를 부탁해> 를 썼다"고 말했다. 엄마를>
이왕구 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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