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은 질병이다. 살이 너무 찌면 자신에게 만족하지 못하고, 고혈압과 당뇨병, 고지혈증 등 각종 생활습관병(성인병)을 유발한다. 비만은 복잡한 인체 메커니즘에 얽혀 있어 개인의 의지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렵다. 정상 체중보다 50% 이상인 과체중의 경우 조기사망 위험성이 2배나 된다.
동일한 비만그룹에서 당뇨병이 동반되면 조기사망 위험성은 남성에서 5배, 여성에서 8배나 늘어난다. 그래서 세계보건기구(WHO)는 '비만과의 전쟁'을 선포했을 정도다.
비만을 해결하기 위해 최근 베리아트릭 수술(Bariatric surgery)이 늘고 있다. 수술은 위의 용적을 줄이거나 우회해 식사량을 줄이도록 만드는 것이다.
미국에서 연간 26만건이 시술될 정도다. 이 수술 후 5년 뒤에 초과체중의 60~70%가 감소할 정도로 효과가 좋다. 몇 년 전 수술환자가 사망해 주춤했다. 하지만 복강경으로 시술하면서 어느 정도 안전한 수술로 인정 받고 있다.
서울성모병원 췌담도 및 비만외과 이상권 교수는 "특히 한국인에게 많은 제2형 당뇨병 치료에 도움된다는 논문이 쏟아지면서 관심을 끌고 있다"고 말했다. '비만의 마지막 탈출구'라고 불리는 베리아트릭 수술에 대해 알아본다.
■ 어떤 수술법 있나
베리아트릭은 그리스어로 체중을 뜻하는 '바로스(baros)'와 치료를 뜻하는 '이아트릭(iatrike)'를 합성한 말이다.
이 수술은 18~55세 비만환자가 체질량지수(BMIㆍ몸무게(㎏)를 키의 제곱(㎡)으로 나눈 수치) 30 이상이면서 고혈압과 당뇨병, 무호흡증 등 합병증이 나타난 경우나 BMI만 35 이상인 경우 수술대상이 된다.
내분비기능장애(고인슐린혈증, 쿠싱증후군)가 나타난 경우는 할 수 없다. WHO는 아시아ㆍ태평양 지역 사람들은 BMI가 25 이상이면 비만으로 규정했다.
수술법은 조금만 먹어도 포만감을 느끼도록 위 크기를 줄이는 방법(섭취제한술식)과 소화 흡수를 억제하는 방법(흡수제한술식) 등 2가지로 나뉜다.
섭취제한술식으로는 '조절형 랩 밴드(Lap Band) 삽입술'과 '위 소매 절제술' 등이 있다. 조절형 랩 밴드 삽입술은 위를 자르거나 소장과 연결하지 않고 위 상부에 밴드를 삽입한 뒤 밴드 풍선을 부풀려 서서히 조여 위로 들어가는 음식량을 조절한다.
합병증이 생기면 랩 밴드를 제거하면 위가 원 상태로 돌아간다. 랩 밴드는 1986년 개발돼 1993년 복강경으로 세계 최초로 시행된 이래 지금까지 미국과 유럽, 호주 등 전 세계적으로 25만건 이상이 시행됐다. 국내에서는 2004년 성모병원 외과 김응국 교수팀이 처음으로 시술했다.
위 소매 절제술은 위의 15~20% 정도 되는 불룩한 오른쪽을 잘라내 음식 섭취량을 줄이고, 위에서 나오는 식이조절 호르몬 분비를 억제한다.
흡수억제술식으로는 소장을 우회해 음식이 흡수되는 장 길이를 짧게 만드는 '담도췌장우회술'이 있다. 섭취제한술식과 흡수억제술식의 절충형으로 '루와이 우회술'이 있다.
1960년대 개발된 루와이 우회술은 위를 15~20㏄ 크기의 작은 달걀 정도로 조그맣게 만들어 나머지 위와 분리해 놓고 소장을 올려서 연결하는 수술이다.
이를 통해 위의 크기를 줄여 음식 섭취를 제한하고 식욕을 떨어뜨리는 동시에 음식이 위와 십이지장을 우회하도록 해 음식물이 소화액과 접촉하는 기회를 줄여 칼로리 흡수를 줄게 한다.
세계에서 가장 많이 시행하는 베리아트릭 수술이며 미국에서는 가장 표준적인 고도 비만 수술로 인정 받고 있다. 미국 비만수술의 85%(연간 14만건)가 이 같은 방식으로 이뤄진다.
이 수술법은 섭취제한술식보다 체중감량이 우수하고 20년이 지나도 체중감량이 유지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이 수술법은 문합 부위 누출, 장폐색, 상처 감염, 비타민ㆍ철분ㆍ칼슘 결핍 등이 생길 수 있다.
소화기 전문 비에비스 나무병원 임정택(소화기외과 전문의) 과장은 "우리나라 비만인들은 지방을 많이 섭취해서라기보다 식생활 습관과 관련이 많다"며 "따라서 조절형 랩 밴드 삽입술이나 위 소매 절제술 같은 섭취제한술식이 좋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인에게는 위암이 많이 발병해 정기적인 내시경 검사가 필요한데 절충형인 루와이우회술은 내시경 검사가 어렵고, 합병증도 섭취제한술식보다 높아 섭취제한술식이 한국인에게 적합하다"고 강조했다.
임신하려는 여성은 임신 시 식사량이 늘어날 것을 고려해 섭취제한술식 가운데 조절형 랩 밴드 삽입술이 유리하다. 조절형 랩 밴드는 임신 시 밴드 크기를 조절할 수 있어 음식 섭취량을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수술은 전신 마취와 복강경으로 시행한다. 수술 시간은 조절형 랩 밴드 삽입술은 1시간 이내, 위 소매 절제술은 2시간 이내, 루와이 우회술은 3시간 정도 걸린다. 조절형 랩 밴드 삽입술은 장을 연결하거나 위장을 자르지 않기 때문에 수술 후 1~2일 이내 퇴원할 수 있다. 수술 다음날부터 유동식 식사도 가능하다.
위 소매 절제술은 위장을 자르므로 梔?후 3~4일 입원해야 한다. 수술 이틀 뒤부터 물을 마시고, 이후 상태에 따라 유동식을 먹는다. 루와이우회술은 새로운 위ㆍ소장 간 연결부위를 만들므로 4~5일 입원해야 한다.
■ 당뇨병 치료에 도움돼
베리아트릭 수술을 받으면 제2형 당뇨병이 호전된다는 연구논문이 속속 나오고 있다. 베리아트릭 수술을 받은 뒤 식사를 하면 인슐린 분비를 활성화하는 소화기 호르몬인 인크레틴(GLP-1, PYY)이 많이 분비되면서 인체 내 혈당과 인슐린 수치가 정상으로 된다는 것이다.
한 연구 결과, 베리아트릭 수술을 한 뒤 이르면 수술 직후나 식사를 시작하면서 혈당과 인슐린 분비, 당화혈색소(HgA1Cㆍ적혈구 혈색소인 헤모글로빈에 포도당이 붙은 상태. 7% 이하가 정상) 등에서 호전됐다.
지난해 '미의학협회지'에 발표된 연구결과, 당뇨병을 앓는 비만인 사람 4명 가운데 3명 정도가 베리아트릭 수술을 받은 뒤 당뇨병이 완치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에 따르면 식이요법과 체중 감량, 약물 치료 등 일반적인 체중 감량 요법 시 당뇨병 환자의 13%만이 제2형 당뇨병이 치료되는 반면 베리아트릭 수술을 한 환자의 73%가 완치됐다. 이 같은 연구결과로 인해 인슐린 발견 만큼이나 비만인 당뇨병 환자에게 놀라운 희소식이 되고 있다.
한편, 베리아트릭 수술을 하면 살이 연간 20~50㎏ 이상 급격히 빠지면서 피부가 남아 돌아 축축 처지는 후유증이 생긴다. 이로 인해 미국에서 이 수술을 받은 환자 중 10% 정도가 성형외과를 찾았다.
이를 원상 회복하려면 허물어지고 처진 피부를 재단(裁斷)하는 비만체형교정술을 받았다. 바람성형외과 홍윤기ㆍ심형보 원장은 지난해 5월 '대한성형학회지'에 발표한 논문에서 이 같은 복부 변형을 교정하는 비만체형교정술 중에서 '심부 복부 성형술'이 효과적이라고 밝혔다.
심부 복부 성형술은 복부 전반의 지방을 흡입, 균일한 피부두께를 형성한 뒤 초음파기구로 지방층과 피하조직 상하좌우의 근육 형태를 적당히 도드라지게 보이도록 다듬으며 시행된다. 남는 피부는 완전히 제거한 뒤 봉합해 지방을 흡입하고 피부탄력을 개선한다.
권대익 기자 dkwon@hk.co.kr
일러스트=김경진기자 jinji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