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졸업생이라도 가게에서 돼지고기를 팔 수 있다는 직업관을 가져야 한다. 지금 같은 경제위기에서는 취업관이 변해야 한다."(차이지밍 칭화대 교수 겸 인민정치협상회의 위원)
요즘 중국은 일자리 구하기 열기가 뜨겁다. 이달 들어서는 거의 매일 취업박람회가 열리고 있다. 5월 졸업을 앞둔 대학생에게 직장을 구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3월이기 때문이다.
11일 오전 베이징(北京)시내 30여개 대학이 밀집한 하이디엔(海澱)구 중국 인민대 남문 제1체육관. 5월 졸업 예정자 3,000여명이 출입표를 받기 위해 이른 아침부터 1km 이상 줄지어 서 있었다. 이른 봄기운에 손을 호호 불며 취업박람회(사진)가 열리는 체육관 앞에서 자신의 이력서를 확인하는가 하면 가상 인터뷰 연습에 여념이 없었다. 문이 열리자 학생들은 안으로 밀려 들어갔다.
국영 철강제조업체 쇼깡(首鋼)총공사 등 내로라 하는 제조ㆍ금융ㆍ서비스업체와 연구소 등 160개 업체가 이번 박람회에 참가했다. 구직에 목마른 학생들은 부스에서 바짝 긴장한 모습으로 한 명씩 앉아 적극적으로 자신을 소개하고 관계자들과 인터뷰했다.
신문방송학과 졸업반인 딩딴야(丁丹雅ㆍ23)씨는 "중궈쭝양디엔시타이(CC-TV)와 진청(金城)출판사 등 기업 수십 군데에 이력서를 냈지만 이렇다 할 연락을 받지 못했다"며 "이번 박람회 참가가 구직을 위한 막차라는 각오로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제학과 대학원 졸업반인 옌페이(燕飛ㆍ25)씨는"은행, 증권사 등 금융기관에 취직하고 싶지만 오늘은 국영기업 중국과학원국유자산경영유한책임회사에 지원서를 내고 인터뷰를 했다"며 "어느 기업이든 일할 기회만 주어진다면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학생들에게서는 일자리를 향한 절박함이 느껴졌다. 최근 개막한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와 정치협상회의(정협)에서도 가장 큰 관심사는 일자리다.
중국에서는 현재 대학 졸업자 혹은 졸업예정자 약 800만명이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뛰고 있다. 중국 인력자원사회보장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대학졸업생 가운데 36%만이 취업에 성공했다. 일자리를 어렵게 구해도 취업 만족도는 과거에 비해 크게 떨어졌다. 조어지펑(周其風) 베이징(北京)대 총장은 "경제 침체기에 취업하려면 자신의 눈높이를 낮춰야 한다"며 "대학을 나왔다고 해서 어떤 일은 하고, 어떤 일은 할 수 없다는 편견을 버리고 주어진 여건에 맞춰 일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인민대 취업박람회에 참여한 해외유학 사설교육기관 퉈다즈??(拓達咨問)의 조우엔핑(周燕平) 주임은 "기업이 사람을 줄이려는 것은 맞지만 그래도 훌륭한 인재에 대한 수요는 있다"며 "대학 졸업생의 취업문제는 대학만의 문제가 아니라 중요한 사회적문제"라고 말했다.
베이징=장학만 특파원 loca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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