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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GE

입력
2009.03.11 2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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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그 존스 회장은 1979년 1월 잭 웰치를 미 코네티컷주 페어필드의 GE본사 사무실로 불러 비행기면접(airplane interview)을 했다. "잭, 자네와 내가 함께 회사 비행기에 타고 있는데 그 비행기가 추락하게 되었다고 가정해 보세. 그럴 경우 누가 GE의 차기 회장이 되어야 하겠나?" 당시 그를 포함한 9명의 차기회장 후보들은 모두 추락한 비행기에서 빠져 나와 회사를 맡으려 했다. 웰치도 추락에서 살아 남았다고 주장하려 했다. 하지만 레그는 고개를 가로 저었다. "아니, 아니지. 자네와 나는 그 사고로 죽은 거야. 그렇다면 누가 회장이 되어야 하나?"

▦웰치는 자신이 그 자리에 어울리는 최고의 후보라고 자신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이름을 말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레그는 "자네는 죽었대두 그러는군"이라며 "자 이제 누가 회장이 되어야겠나?" 재차 물었다. 결국 웰치는 다른 후보를 추천했다. 웰치는 1차 비행기면접에서 경쟁자들이 아무도 자기를 천거하지 않았음을 알았다. 그 해 6월 레그는 2차 비행기면접을 했다. "이번에는 우리 둘이 타고 있던 비행기가 추락하게 되었다네. 나는 죽었지만 자네는 살았어. 누가 GE의 회장이 되어야겠나?" 웰치는 "이번엔 훨씬 대답하기 쉽군요. 바로 접니다"라고 주저 없이 말했다.

▦웰치는 비행기면접 등 까다로운 선발과정을 거쳐 81년 4월 GE제국의 최고경영자(CEO)가 됐다. 그 뒤 2001년까지 20년간 CEO로 재직하면서 과감한 경영혁신과 공격적인 인수합병, 금융부문 확장으로 GE를 세계 초우량기업으로 키웠다. 1, 2등이 아닌 사업은 철수하고, 유망사업은 전광석화처럼 인수하는 경영방식은 80~90년대 세계 경영계의 교과서로 각광 받았다. 후계자로 간택된 제프리 이멜트도 에코매지네이션(ecomaginationㆍ환경적 상상력), 사회적 책임경영으로 웰치 못지 않은 각광을 받으며 GE제국의 영토를 넓혔다.

▦영원히 해가 지지 않을 것 같던 GE마저 월가 금융위기의 희생양으로 전락해 충격을 주고 있다. GE주가는 수익의 절반을 차지해온 금융자회사 GE캐피털의 파산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지난주말 6.66달러로 추락했다. 최고치 대비 88%나 빠졌다. 웰치와 이멜트가 땀 흘려 공장 짓는 것보다 손쉽게 돈을 버는 소비자금융을 과도하게 키운 것이 위기를 초래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GE의 굴욕은 제조업체가 본업을 소홀히 한 채 금융에 한 눈 팔면 언제든지 파멸할 수 있음을 일깨워 주고 있다.

이의춘 논설위원 e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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