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졸업 후 우연히 일하게 된 골프연습장. 뒤늦은 나이에 골프를 접하게 된 청년은 20년이 지나 세계를 제패했다. 첫번째 PGA 우승컵을 거머쥐고 "마지막 남은 4개 홀이 지금까지 내 골프 인생보다 긴 것 같았다"고 한 양용은의 우승소감은 잡초와도 같았던 그의 골프 인생을 잘 표현해주는 한 마디였다.
한국과 일본 무대를 거쳐 4년 연속 PGA의 문을 두드려야 했던 양용은. 그는 2004년 일본프로골프에 진출해 첫해 2승 등 통산 4승을 거둔 뒤 2006년 11월 유럽프로골프투어 HSBC 챔피언스에서 우승하면서 세계 골프 무대에 화려하게 등장했다.
당시 6개 대회 연속 우승을 차지했던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미국)의 7연승을 저지한 무명선수의 등장에 세계 골프계는 들썩였다.
그러나 화려한 등장은 이후 양용은의 굴곡진 골프인생의 시발점이었다. 12월에 열린 PGA 퀄리파잉 스쿨에 도전했지만 스코어 카드 오기로 실격하면서 2년 연속 Q스쿨에서 낙방한 것. 2007년에 조건부 자격으로 PGA 9개 대회에 출전했지만 공동 30위가 가장 좋은 성적이었다.
1년간 PGA 투어에서 모은 상금이 5만3,000달러에 불과해 경제적인 어려움도 양용은의 숨통을 조였다. 2007년 Q스쿨을 통과했지만 상금 랭킹 157위로 밀려 다시 퀄리파잉 스쿨로 밀려나는 수모를 겪었다. 그러나 지난 연말 Q스쿨에서 18위로 마지막 기회를 거머쥔 양용은은 혼다클래식 우승으로 골프 인생의 화려한 꽃을 피웠다.
양용은은 9일 우승을 확정지은 뒤 "그 동안 주위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부담이 컸다. 특히 고생한 가족들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하고 싶다"고 감격어린 소감을 밝혔다.
양용은은 이어 "예상보다 일찍 시즌 초반에 우승했다. 이제 남은 시즌을 편안하게 경기를 하면서 상금 랭킹을 끌어 올리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허재원 기자 hooa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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