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경정예산안의 규모와 용도가 정치쟁점으로 떠올라 벌써부터 늑장 대처로 인한 효과반감 우려가 높다. 정부여당은 추락하는 경기를 떠받히려면 충분한 추경예산이 신속하게 편성돼야 한다며 야당을 압박하지만, 야당은 방만한 재정추계와 운용에 대한 사과가 먼저이며 추경내역과 재원을 보다 분명히 밝히라고 맞받아치고 있다. 모두 일리 있는 주장이다. 그러나 정치적 논란으로 추경의 뜻이나 시기가 왜곡된다면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꼴이 된다. 당연히 책임은 정부여당 쪽으로 크게 기울어진다.
한나라당 임태희 정책위의장은 엊그제 "20조~30조원 대의 추경얘기가 나오는데 효과가 명확하다면 그 수준을 넘을 수도 있다"며 "일자리 창출, 내수 확대, 구조조정 지원 등 '추경 3원칙'을 지키면 나중에 몇 배로 회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잠재성장률 4%에 맞춘 재정적자라면 감당할 수 있다고 강조하며 "감사원의 예산평가관리 항목에 고용창출효과를 포함하라고 주문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3원칙 효과의 근거는 제시되지 않았다. 그렇게 풀리는 돈이 어떤 경로를 거쳐 어떤 성과를 낼 것인지 분석자료는 전혀 없고 필요하면 돈을 더 붓겠다는 말뿐이다. 30조원대 추경편성 시 본예산 적자국채 발행 예정액과 올해 세수감소분 등을 감안하면 60조원대의 적자국채를 발행해야 하는데 이에 따른 재정건전성 확보방안 역시 빈 칸이다. 2~3년 후 (경기회복 때) 세입으로 돌아오는 프로그램을 짠다는데 선뜻 신뢰가 가지 않는다. 과거 예로 봐도 그렇다
야당이 "여당이 내역을 따지지 않고 수십조원대의 예산을 동네강아지 이름 부르듯 한다"며 터무니없는 경기예측으로 대규모 추경을 불가피하게 만든 정부의 사과를 요구한 것에 공감이 간다. 제대로 된 정부라면 야당의 요구에 앞서 국민에게 진작 머리를 숙였어야 할 사안이다. 정부여당은 '슈퍼 추경'에 4대 강 살리기 예산 증액 등 정치성 항목을 숨겨가려는 유혹도 피해야 한다. 여당이 예산의 정치적 맥락을 고려하지 않고 경제이슈라며 민생을 볼모로 잡는다면 정국운영 능력의 부재를 자인하는 꼴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