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참사 이후 계속되고 있는 주말 집회 시위대가 소수 정예화하면서 갈수록 과격해지고 있다. 공식 집회를 마친 뒤 20~50명씩 무리를 이룬 시위대가 밤늦게까지 도심 곳곳을 누비며 경찰 차량을 습격하거나 고립된 경찰관을 폭행하는 등 게릴라성 시위를 벌여 서울 도심을 무법지대로 만들고 있다.
경찰이 파악하고 있는 도심 상습 시위대 규모는 200여명 선. 경찰은 이들 중 140여명은 학원강사, 자영업, 종교인, 화가 등 직업을 가진 사람이고, 나머지 60여명은 무직자나 자퇴생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촛불 시위가 잠잠해진 이후에도 다음 '아고라'나 인터넷 카페를 통해 활동 해온 이들은 대부분 집시법 위반 경력을 가지고 있다.
경찰은 특히 무직자 및 자퇴 학생들이 폭력 시위를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9일 경찰 폭행 등으로 구속영장이 신청된 4명 중 3명도 무직이거나 일용직 근로자였고 지난 1월 '용산 참사' 현장에 있던 경찰버스를 불태운 8명도 촛불 집회 이후 꾸준히 인터넷을 통해 접촉해 오던 무직자였다.
이들은 현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집회라면 무조건 '출근도장'부터 찍는다. 타협의 여지가 없어 용산 범대위 등 집회 주최측도 이들을 통제하지 못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한다.
주최측이 자진 해산을 권유하면 "쇠파이프라도 들어야지 이렇게 온순하게 구느냐" "벽돌 던지는 것을 안 도와줄 거면 꺼져라"며 독자적으로 행동한다.
경찰을 따돌리는 시위 '노하우'도 상당하다. 5~7명 정도로 팀을 꾸린 뒤 지도부가 시위 도중 각 팀장에게 '3-28-3(지하철 3호선, 안국역(28번), 3번 출구)에 집합' 식으로 암호식 문자메시지를 보내 시위대 행동을 지시한다.
하지만 이들 시위대가 과격해지고 있는 것은 자신의 의사를 펼칠 수 있는 사회적 소통 통로가 막혀 있기 때문이란 지적도 엄존한다. 정부가 '법질서 확립'만 내세우고 시위대를 '잠재적 범죄자'로 몰아 강경 대응하다 보니 폭력 시위를 부채질한다는 것이다.
시민단체 관계자도 "집회신고를 해도 모두 불법집회로 처리하고, 원천 봉쇄하는 등 현 정부의 대화와 소통 의지를 도저히 찾아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시위 현장이 예민하게 달궈진 상태에서 사복 정보경찰이 시위대를 자극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행 집시법상 경찰관은 집회 장소에 정복을 입고 출입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어 사복 경찰이 집회 장소에 몰래 들어와 채증하는 것은 불법이다.
물론 불법 집회일 경우에는 문제될 것은 없지만,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사복 경찰의 무전기 소리가 프락치라는 인상을 줘 시위대를 흥분시키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한편 주상용 서울경찰청장은 이날 "상습 시위꾼들은 200여명 정도로 그간의 채증 자료 등을 바탕으로 전원 검거하겠다"고 밝혔다. 주 청장은 "시위대와 정보력과 기민성 싸움을 벌여야 할 상황"이라며 "휴대폰 메일을 지시하는 배후 주동세력을 일망타진하겠다"고 말했다.
장재용 기자 jyjang@hk.co.kr
권지윤 기자 legend8169@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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