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고교에 비해 사(私)교육 의존도가 낮은 것으로 교육분야 국책 연구기관이 별도로 파악한 일반계 고교도 수학 영어 등 특정 주요 과목은 사교육의 늪에 빠져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수학의 경우 10명 중 7명, 영어는 절반 가량이 학원에 다니거나 과외를 받는 등 사교육 덫에 걸려 있었다. 공(公)교육 현장이 철저히 사교육에 휘둘리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이러한 결과는 한국교육개발원(KEDI)이 8일 발표한 ‘사교육 의존도가 낮은 학교특성 분석 연구’ 보고서에서 확인됐다. KEDI는 전국 125개 일반계 고교를 대상으로 사교육 참여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으면서도 학업성적은 높은 ‘사교육 의존도 낮은 학교’ 6곳을 선정했다.
‘사교육 의존도가 낮은 학교’는 읽기 수학 과학 등 각 과목별 학업성취도 평가 점수에다 사교육 여부와 부모의 직업 등 사회계층 요인을 포함한 개인 수준 변인, 해당 학교 소재지 및 학교 특성 등 학교수준 변인 영향력을 모두 추정해 선정됐다. 연구위원들은 “이런 변인들을 감안해 분석 대상 학교에 일일이 점수를 부여했으며, 그 결과 사교육 참여 비율은 낮지만 학업 성적이 좋은 학교들을 추려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사교육 의존도가 낮은 학교는 모두 평준화 지역에 위치했고 평균 진학률은 80%를 웃돌았으며, 특히 2곳의 지방고는 100% 진학률을 보일 정도로 명문고였다.
그러나 이들 학교를 대상으로 사교육 실시여부를 심층 조사한 결과, 주요 과목의 사교육 비율은 여전히 높았다. 수학 과목은 평균 69%가 사교육을 받고 있었고 영어 사교육 비율도 53%나 됐다.
국어 과목만 26%로 낮았을 뿐이다. 특히 서울 O고교생들의 수학 사교육 비율은 무려 87%였고, IㆍTㆍK고 등 지방 고교도 60~69%의 수학 사교육 참여율을 나타냈다. 사교육 의존도가 낮은 학교의 통계치임을 감안하면, 다른 학교들은 이보다 훨씬 높은 사교육 비율을 보이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KEDI 관계자는 “사교육 의존도가 낮은 학교로 추출된 고교 조차 사교육이 횡행할 정도로 ‘사교육 범람’은 위험수위에 달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라고 말했다.
최근의 경제위기 국면에서도 사교육비가 전혀 줄어들지 않아 가계를 압박하는 주범으로 작용하고 있다. 실제 최근 교육과학기술부와 통계청이 발표한 ‘2008 사교육비 조사 결과’는 ‘사교육비 절반 줄이기’를 공언했던 정부 기대를 무색하게 만들었다.
지난해 초중고교 사교육비 총 규모만 4.3% 포인트, 학생 1인당 월 평균 사교육비도 전년대비 5% 포인트 가량 각각 늘었다. 영어의 1인당 월 평균 사교육비는 무려 11.8% 포인트나 급증하기도 했다.
교육 전문가들은 이명박 정부가 사교육비를 잡는 데 적어도 현재까지는 실패했다고 지적하면서 강도 높은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진동섭 KEDI 원장은 “사교육은 비용으로 인한 국가 경쟁력 약화의 측면에서 문제가 되지만, 더 심각한 것은 사교육 의존도가 공교육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라며 “특히 사교육이 교육기회의 불평등 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정책 대안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김진각 기자 kimj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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