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高환율 핑계로 값 안 내리는 생필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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高환율 핑계로 값 안 내리는 생필품

입력
2009.03.09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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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침체 탓에 국제 원자재 가격은 급락했는데도 소비자 가격은 내려가지 않고 있다. 기업들은 환율 급등으로 원자재값 하락 효과가 상쇄됐다고 주장하지만, 고환율 분위기에 편승해 높은 가격을 고수하려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8일 한국은행과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월의 밀 수입가격 지수는 198.84로, 지난해 1월(266.99) 대비 25.5%나 급락했다. 그러나 밀을 주원료로 하는 상품 가격은 오히려 고공행진을 지속하고 있다. 국수의 1월 소비자물가 지수는 170.2로 지난해 1월(118.2) 대비 43.9%가 올랐고, 비스킷은 172.2로 51.3%나 상승했다. 라면의 소비자물가 지수는 1월 124.7로 18.8%, 빵은 120.3으로 18.4%가 각각 올랐다.

대두의 수입가격 지수는 1월 180.92로 지난해 1월의 180.71에 비하면 0.001%로 수입원가 차이가 거의 없는 수준이다. 그러나 대두를 주원료로 하는 두부의 소비자물가 지수는 1월 122.7로 지난해 1월(111.7) 대비 9.8%가 올랐고, 식용유는 132.2로 9.9%가 인상됐다.

쇠고기 수입물가지수도 1월에 109.50으로 최고점이었던 작년 10월의 127.53에 비해 14.1% 떨어졌다. 그러나 수입 쇠고기 가격지수는 오히려 오름세다. 지난해 2월 96.2였던 수입 쇠고기의 가격지수는 작년 10월 101.4로 높아졌고 올해 1월에는 103.8을 기록했다.

CJ제일제당은 환율 상승에 따른 원가상승 압박을 감당하기 어렵다며 9일부터 설탕 제품의 출고가격을 평균 15.8% 인상했다. 이에 따라 공장 출고가 기준 백설탕 가격은 kg당 1,019원에서 1,180원으로, 15kg은 1만3,036원에서 1만5,097원으로 각각 오른다. 삼양사도 이달 안에 설탕 가격을 올리기로 내부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밀가루나 설탕은 타 가공식품의 원재료로 활용되기 때문에 이번 가격인상은 기타 가공식품의 가격을 줄줄이 인상시키는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식료품 가격은 작년 동월보다 9.9% 올라 소비자물가 상승률(4.1%)의 2배를 웃돌았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 환율 상승 때 가격을 조정하지 않았던 업체들이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가격을 올리는 경우가 점차 늘고 있다”면서도 “이런 분위기에 편승해 가격을 연이어 또는 과도하게 올리는 업체도 있는 만큼 인상폭 등을 종합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가격 모니터링 테스크포스’와 소비자단체협의회의 원가분석팀을 지속적으로 가동, 지나친 가격 상승 및 고환율 분위기에 편승한 편법 인상을 억제할 방침이다.

이성희기자 summer@hk.co.kr

손재언기자 chinason2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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