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진상조사단이 주말 동안 촛불재판 관련 신영철 대법관(당시 서울중앙집법원장)의 이메일을 받은 전ㆍ현직 판사 20명에 대한 조사를 모두 마치며 속도를 내고 있다. 하지만 이용훈 대법원장과 헌법재판소에 대한 직접 조사에 대해서는 난색을 표명해 처음부터 조사의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대법원은 7, 8일 이틀간 20명의 관련 판사들을 대면 조사해 얻은 내용들을 토대로, 9일 당사자인 신 대법관과 허만 서울고법 부장판사(당시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을 면담 조사할 예정이다. 판사들에게 이메일을 보낸 경위와 의도, 그 외 지시사항에 대해 전반적인 조사를 벌인다는 계획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신 대법관이 보낸 메일이 재판 개입인지, 일반적인 사법행정인지에 대해서는 피해자(이메일을 받은 판사들) 입장에서 판단하는 게 옳다"고 말했다. 즉 받는 사람이 압박으로 느꼈다면 압박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앞서 주말에 조사를 받은 전ㆍ현직 판사 상당수는 "신 대법관에게서 이메일을 받고 (재판에 대해) 심리적 압박을 받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조사단은 아직 최종적인 판단을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조사단은 의혹이 제기된 모든 부분을 조사하겠다고 밝히면서도, 신 대법관과 촛불재판의 처리방안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이메일에 언급된 이용훈 대법원장을 직접 조사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다.
조사단은 앞서 이 대법원장에 대해 "사실확인 작업은 거칠 것"이라고 밝혔지만, 이 대법원장은 "내가 무슨 피의자냐"고 불쾌해 한 것으로 전해졌다.
헌재와의 접촉 의혹에 대한 조사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헌재 쪽을 우리가 조사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신 대법관은 이메일에서 헌재와 사전에 교감이 있었던 것처럼 표현했는데, 이 부분은 사실상 조사를 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결국 신 대법관의 일방적인 해명을 듣는 데 그칠 가능성이 높아졌다.
당사자 간 진술이 엇갈릴 경우 대질 조사 가능성에 대해서도 "그렇게까지는 하지 않고, 양쪽 진술 중 더 믿을만하다고 생각되는 진술을 받아들일 것"이라고 말했다.
조사단은 이르면 이번 주중 조사결과를 발표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조사단 구성에서 외부인사가 배제된 데다, 당사자의 주장만 확인하는 수준의 조사로는 논란을 잠재울 수 없을 것이란 우려가 벌써 나오고 있다.
이진희 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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