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후 명동 중앙로에 위치한 M플라자 앞. 빨간색 바탕에 흰색 글씨로 관광안내 표시(i)가 적힌 조끼를 입은 안내가이드 옆으로 일본인 관광객이 다가왔다.
질문을 들은 가이드는 명동내 유명 음식점을 비롯해 옷가게와 화장품가게, 인근 숙박시설 등이 자세히 나와있는 지도를 관광객에게 건네며 찾는 위치를 상세히 설명했다.
서울 중구 명동 한복판에 움직이는 관광안내소가 뜨고 있다. 예전 같으면 부스 안에서 안내책자와 함께 관광객을 맞았을 안내가이드 7명이 최근 엔고와 위안화 폭등으로 부쩍 늘고 있는 일본, 중국인 관광객을 위해 직접 거리로 뛰어들었다. 이들은 활동한지 한 달 만에 어느새 명동거리의 명물로 자리잡았다.
일본어(5명)와 중국어(2명) 능통자들로 구성된 이들은 2인1조로 중앙로 기준, 명동을 3개 구역으로 나눠 오전11시~오후7시 활동하고 있다. 일반 관광안내소와의 가장 큰 차이는 뭐니해도 관광객이 원할 경우 동행안내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안내가이드 이성린(36)씨는 "관광객들이 원할 경우 동행까지 하면서 안내하고 있다"며 "흐름을 놓치지 않기 위해 새로 문을 연 상점같은 경우에는 서로 정보도 주고 받는다"고 말했다.
하루 다섯번 이상 명동 골목 구석구석을 돌아다닌다는 이들이 명동에 관해 받는 질문은 하루 평균 240~250건. 가장 많은 질문은 단연 일본 여성 관광객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비비크림(기초화장품 일종) 등 화장품 판매 장소를 묻는 것이다.
이씨는 "제품을 휴대전화 카메라로 찍어오거나 직접 그려와 특정상표 화장품을 파는 장소를 묻는 경우가 많다"며 "원하는 상품에 맞게 구입방법 등을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답변하기 애매한 질문도 많다. 가장 난감한 경우는 맛 집을 추천해달라는 질문.
입맛 자체가 개인별로 차이가 심할 뿐더러, 어느 업소를 지칭할 경우 자칫 특정 업체를 밀어준다는 뜬소문에 휘말릴 수도 있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관광객들과 말 자체가 통하지 않는 경우도 난감하기는 마찬가지. 일본과 중국 관광객 이외 러시아와 태국 등 다른 나라 언어를 사용하는 관광객이 자국어로 질문을 할 때면 영어와 바디랭귀지 등을 통해 최대한 대화를 시도한다.
이들의 이 같은 노력에 관광객들의 호응은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활동시작 처음 며칠은 홍보가 덜 된 탓에 길을 두리번거리는 관광객을 직접 찾아가 명함을 먼저 건넨 후 말을 걸어야 했던 것과 비교하면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
안내가이드 김연성(24)씨는 "고마움이 담긴 초콜릿 선물과 함께 찍은 사진 등을 이메일로 보내올 때면 보람을 느낀다"며 "지난달 대학 졸업 후 곧바로 얻은 첫 직장에서 이런 기분을 느낄 수 있다는 게 너무 좋다"고 말했다.
서울시와 서울시관광협회는 7월말까지 시범실시를 통해 '움직이는 관광안내소'의 호응도가 높을 경우 이를 점차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시 관계자는 "시범운영 결과가 좋으면 명동뿐 아니라 남대문과 동대문, 이태원 등 다른 관광특구 까지 움직이는 관광안내소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태무 기자 abcdef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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