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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영화 '숏버스'

입력
2009.03.09 0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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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부터 심상치 않다. 한 남자가 비디오카메라 앞에서 자위를 한다. 이어지는 장면들도 아찔하다. 한 부부의 성관계가 사실 그대로 스크린에 투영된다. 이 정도에서 그치지 않는다.

20여명이 집단성교를 벌이는 장면이 별다른 여과장치 없이 스크린을 채우고, 세 남자가 함께 성행위를 하는 장면이 별일이냐는 듯이 뒤따른다.

여러 장면에 모자이크 처리가 되지 않았다면 과연 한국 관객들이 쉬 만날수 있는 영화일까 하는 회의가 절로 든다. 특히 남자들 간의 강도높은 육체적 탐닉은 남성 관객들에게 '시각적 테러'로 다가올 만하다.

영상물등급위원회의 제한상영가 판정과 수입사의 소송 제기, 법원의 제한상영가 철회 판결이 이어지며 화제를 일으킨 '숏버스'는 충분히 논쟁적인 영화다. 한 장면 한 장면 떼어놓고 본다면 도색영화라 비난해도 무방하지 않을 만큼 살 냄새가 진동한다.

그러나 나신이 수시로 등장하지만 영화의 초점은 육체의 향연이 아닌 정신적 소통에 맞춰져 있다. 특히 각 장면이 이어지며 표출하는 삶의 고독과 슬픔, 성찰과 환희의 감정은 이 영화가 외설이 아닌 예술임을 분명히 선언한다.

영화는 성상담치료사지만 정작 자신은 한번도 오르가즘에 다다르지 못해본 주인공 소피아(숙인 리)가 게이 커플의 안내로 소수 성애자들의 공간 '숏버스'를 찾으면서 자기의 삶과 타인과의 관계를 되돌아보는 과정을 그린다.

알몸 연기에 수시로 임해야 하는 배우들을 위해 모든 스태프들도 옷을 벗고 촬영을 진행했다고 한다. 한국보다 개방적이라는 서구에서도 이 영화는 배우들의 노출 수위와 성관계 묘사가 도마 위에 올랐다.

캐나다 방송국 CBS 리포터로 활동하던 중국계 캐나다인 숙인 리는 이 영화 출연으로 방송에서 퇴출될 위기에 몰렸는데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구스 반 산트 감독 등 유명 인사들이 그녀를 옹호하는 탄원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헤드윅'(2000)의 존 카메론 미첼 감독이 연출했다. 소피아의 오르가즘과 관객의 카타르시스를 절묘하게 연결시키는 마지막 장면이 인상적이다. 등장인물들의 심리를 반영하는 빼어난 음악에는 귀가 즐겁다. 미첼 감독이 한국과 일본 등 보수적인 동아시아 관객들을 위해 직접 모자이크 처리한 상영본으로 12일 개봉한다. 청소년관람불가.

라제기 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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